[요즘 청소년] 평화를 지키는 전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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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 평화를 지키는 전쟁은 없다
  • 관리자
  • 승인 2017.05.0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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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중학교 2학년)

* 이 글은 4월 8일(토) 불법사드 원천무효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진에서 김민성 양이 낭독한 글입니다.

전쟁무기 사드를 막고 이 땅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소성리에 찾아오신 평화발걸음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도 오늘 친구들과 놀다가 엄마와 함께 저의 작은 한 걸음이라도 보태려고 소성리에 왔습니다.
저는 이곳 소성리에서 가까운 김천에 사는 중학생입니다. 좋은 친구들이 많았으면, 급식으로 나온 점심이 맛있었으면, 그리고 시험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게 가장 큰 관심사인 명랑한 여학생입니다.
저는 전쟁의 비극이 어떤 것인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어쩌면 제가 누리고 사는 평화의 소중함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살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작년 여름에 성주와 김천에 사드가 들어온다고 하고 그날 이후로 아빠와 엄마가 매일 저녁 김천역으로 나가서 촛불을 들고 사드 배치 결사반대를 외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들, 모두 사드가 들어오면 성주 김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곧 전쟁터가 된다고, 그래서 사드 가고 평화 오라를 외치는 것을 들었습니다. 서울 광화문에 가서도 사드 가고 평화 오라고 외쳤습니다.
여기 소성리에는 오늘 처음 왔지만 아빠, 엄마의 얘기나 휴대폰 동영상을 통해서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경찰과 군인이 주민들의 통행을 막고 감시하고 있으며 사드를 갖다놓기 위해 몰래 몰래, 혹은 헬기로 무언가를 자꾸 갖다놓고 있다고 했습니다. 진짜 비겁하다고 느꼈습니다. 진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무기라면 정정당당하게 갖다 놓으면 될 텐데 왜 이렇게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미군들을 지키기 위해서 사드를 갖다 놓는다고 했다는데, 미군들을 지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절로 지켜지는 것입니까? 반대로 해야 되는것 아닙니까? 미군이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이라면 우리나라가 전쟁이 없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는 것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싫어하는 무기를 갖다놓는 것이 아니라, 남북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정해주는 일을 하는것이 맞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하늘에 북한이 쏜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미군만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다는 건 중학생인 제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싸움은 싸움을 불러올 뿐, 어떤 싸움으로도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그리고 이곳에 계시는 분들도 그것을 너무 잘 알기에 여기에 오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젯밤에 엄마가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었습니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 이었는데, 연두색 야광복을 입은 경찰들이 주민들을 막아섰고, 그 뒤쪽에 천막이 보였습니다. 그 천막 안에 원불교 교무님들께서 지난 3월부터 밤을 새워 지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뒤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원불교의 성지로 가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성지순례라는 말을 알고 있습니다. 기독교나 이슬람교에서 성지를 순례 하면서 그 종교의 가르침을 배운다고 읽었습니다. 성지는 성스러운 곳이고 종교의 가르침이 있는 곳인데 거기로 가는 길을 경찰과 군인이 막고 있고 그 길을 찾기 위해서 추운 길바닥에서 밤을 새우며 기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예루살렘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비난할까요? 종교성지에 전쟁무기를 가져다놓으려는 것도, 종교 성지를 군인과 경찰이 막아서는 것도 너무 나쁜 일입니다.
오늘 여기에 와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고 있었던 평화를 누군가는 이렇게 힘들게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기에 반드시 그 평화는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말 힘드시겠지만 여기 계시는 모든 평화지킴이들께서 우리의 평화를 꼭 지켜주세요.
힘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괴롭히는 엉터리 사드를 몰아내어서 다시 평화로운 소성리가 되고 성주 김천이 되고 전쟁 없는 우리나라가 되게 해주세요. 원불교 교무님들께서 저 차가운 천막에서 나와 따뜻한 교당에서 평화의 기도를 올리고 성지로 가는 길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니면서 평화를 설파할 수 있도록, 사드를 반드시 철회시키고 평화를 지켜주십시오. 저도 공부 열심히 해서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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