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칼럼] 사회정의 실천과 원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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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칼럼] 사회정의 실천과 원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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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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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세 교도 (유성교당, 하늘교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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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문제와 성지수호를 두고 4대종교다운 면모와 위신을 세웠나 반성해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의 법문에 “정의로운 일에는 죽기로써 하고 정의롭지 않은 일에는 죽기로써 막아야 한다.”는 말씀이 있다. 사회정의(社會正義)는 사회가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부, 권력, 명예 등의 사회적 가치들이 사회구성원에게 공정하게 분배되며 공공선(公共善)과 행복(幸福)을 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민주적 사회운영의 으뜸 원리이기도 하다.

원불교는 100주년의 기치로 “성찰과 개혁으로 새로운 백년을 열자!”라고 했다. 일제강점기 독립투쟁의 희생자, 한국전쟁의 희생자, 경제발전 과정에서 희생된 노동자, 민주화 과정의 희생자 영령들에 대한 천도재를 지내며 치유, 화해, 상생, 화합을 실현하자고 강조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원불교는 종교의 역할을 다 했다고 볼 수 있나? 사회현실에 깊숙이 들어가 민중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시대정신으로 부정의(不正義)를 타파하기 위해 횃불을 드는 일에는 소극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종교가 보수적 속성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종교는 지나치게 보수정권 친화적 종교였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종파의 개신교 교회들이 그러하고 불교 또한 다르지 않았다. 원불교도 마찬가지다. 원불교의 교법과 종교철학이 우수하여 4대종교로 성장했고 교세가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자부할 일은 아니다. 거기에 반해 천주교는 바티칸 공의회와 남미에서의 해방신학 논쟁 등 진통을 겪으며 사회참여적 종교로 거듭나 한국에서도 사회경제적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하느님은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 약자의 편에 서시는 분이다.”라고 하며 정의롭지 못한 정치, 경제, 사회적 조건으로 부터 먼저 민중이 해방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하고, 실천을 강조했던 것이 해방신학 운동이다. 종교가 사회·정치·경제적 불평등과 부정의로부터 이들을 해방시키는 사회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우리나라 천주교의 '정의구현사제단'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유신독재에 맞서고, 5.18광주항쟁과 6월 항쟁,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의 구조적 폐단을 타파하기 위한 횃불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 교리주의자 역할도 있지만 천주교가 사회 참여적 역할의 영향으로 많은 국민의 신망을 받는 종교가 되었고 우리나라 종교계를 조용히 이끌어 간다고도 할 수 있다.


“사람을 보지 말고 법을 보라”는 법문도 있지만 성직자의 언행과 철학, 그리고 실천하는 용기에 많은 사람들이 감화를 받아 인생도 달라지고 롤모델로 삼아 본받으려 하는 것이 현실이다. 성직자의 역할에 따라 대중으로부터 신앙의 종교와 장소(교당, 성당, 교회 등)도 선택되어 진다고 할 수 있다. 원불교가 처처불상(處處佛像), 사사불공(事事佛供)의 실천적 교리를 근본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성회복 운동, 은혜와 감사생활,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선 문화 등 마음공부 도량화에 치중함으로써 현실 참여적 대중종교화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


불공정사회에서 불평등에 쪄들은 국민의 삶과, 부조리한 사회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현실을 타개하는 일에 주저하며 원불교가 민심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 근래 촛불민심에 원불교가 얼마나 호응을 했고 사드문제와 성지수호를 두고 4대종교다운 면모와 위신을 세웠나 반성해야 한다. 억울한 죽음 앞에서 위로와 천도재를 올려주는 데 그치지 말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정의를 바로 세울 때, 화해와 사회통합도 가능하다. 평화와 행복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 것이 원불교 본연의 교법실현이며 가장 실용적인 교화 방법이기도 하다.


개인의 상식과 양심, 실천과 용기, 세계관, 역사관, 애국관, 신앙 및 종교관 등이 모두 세상의 이치에 부합되어야 한다. 출가재가 교도 모두가 사회정의를 이루는데 광대 무량한 마음을 내어 사회개벽(開闢)에 앞장서는 꽃이 되어 보자. 희생의 꽃이 역사를 바꾸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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