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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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 관리자
  • 승인 2017.06.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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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15)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내생애첫명상.jpg

처음으로 좌선을 하면 얼굴과 몸이 개미 기어 다니는 것과 같이 가려워지는 수가 혹 있나니,

이것은 혈맥이 관통되는 증거라 삼가 긁고 만지지 말라.


좌선으로 몸을 한 곳에 고정시켜 놓으면 평상시 느끼지 못했던 내 몸의 감각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게 됩니다. 마치 컵에 물과 황토를 섞어서 흐리게 만들어 놓았다가 가만히 두면 황토와 물이 나뉘어 맑은 물이 위로 고이고 황토는 무거운 성질대로 아래에 모이는 것과 같습니다. 물은 물대로 황토는 황토대로 서로 분리되어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죠.


몸을 고요하게 두게 되면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어느 정도 고요한 상태(靜定)에 접어들게 되면 이전에 느낄 수 없는 현상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까맣게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이라든가 밝은 지혜와 통찰력 또는 상처와 트라우마 등도 깨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음이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통해 환기(換氣)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뿐만 아니라 몸에서도 갖가지 현상이 나타납니다. 평상시에 느끼지 못했던 상쾌함 또는 상반된 통증도 나타납니다. 그러한 현상 중에 하나가 얼굴이나 몸이 가려운 것입니다. 실제로 좌선을 하다보면 이럴 때 무척이나 성가십니다. 간지러운 데에 마음이 쏠리기 시작하면 어느덧 긁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거나 억지로 힘을 써서 참게 됩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좌선 초반에 단전에 집중했던 마음이 감각이 깨어난 몸에서 일어나는 간지러움 등을 예민하게 느끼게 되어 그곳으로 급격히 쏠리게 됩니다. 이 때 몸에서는 간지러움 뿐만 아니라 통증, 경련, 저림, 열기, 차가움 등의 여러 가지 감각들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선을 닦는 공부인(工夫人)는 이런 증상이 생겼을 경우 '이런 감각이 일어났구나'하며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또한 이러한 감각을 주시하는 중에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꼬리에 꼬리를 물게되면 곤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이 간지러움은 나의 팔에서 나타났다' 또는 '이 통증은 나의 얼굴에서 나는 것이다'라며'나'라는 생각을 확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몸의 범위를 넘어 마음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속지 말고 분리해 객관화를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의 일 보듯이 또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관객의 시각으로 보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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