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對象은 실상實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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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對象은 실상實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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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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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16)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내생에첫명상.jpg

좌선을 하는 가운데 절대로 이상한 기틀과 신기한 자취를 구하지 말며,

혹 그러한 경계가 나타난다 할지라도 그것을 다 요망한 일로 생각하여

조금도 마음에 걸지 말고 심상히 간과하라.

좌선을 오래 계속해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힘이 강렬해지면 감각은 더욱 깊어지고 민감해집니다. 이런 경우에 다양한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평상시와는 다른 다양한 영상(또는 이미지)들을 뜻하지 않은 영화처럼 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일은 마치 흙탕물이 담긴 유리그릇을 가만히 두면 흙은 밑바닥에 가라앉고 맑은 물만 위에 모이는 것과 같습니다.


평상시에는 못 느끼다가 좌선에 들어 마음이 고요해지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무의식의 세계 또는 내면의 그림자가 작동합니다. 그러니까 무의식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환상일뿐입니다. 나름의 깊은 명상을 하면 귀에 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눈앞에서 영상(心象)으로 나타나 엄청난 혼미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옛날에 어떤 제자가 좌선을 하면 큰 거미 한 마리가 눈앞에 나타나서 못살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승에게 어찌 할 것인가를 물었더니 붓에 먹물을 묻혀서 옆에 놔뒀다가 선을 하는 중에 거미가 나타나거든 붓을 가지고 얼른 표시를 해 놓으라고 했습니다. 제자는 참선을 시작하고 조금 지나자 거미가 또 나타나 스승이 시키는 대로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선을 마치고 보니 실제 거미가 아니라 자기 배에 표시가 되었다고합니다. 결국 이상한 기틀과 신기한 자취는 외부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불러들인 현상인 것이죠. 일체가 마음에서 짓는 바라고 하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인 것입니다.


간혹 이러한 현상을 신(神)과의 만남이나 빙의(憑依) 또는 외부 세계와의 접촉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주장할 수는 있어도 정작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번지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좌선 공부가 무르익을 즈음에 나의 무의식의 세계에서 일어납니다. 이는 공부를 방해하는 큰 경계가 되므로 '마장(魔障)'이라고도 불립니다. 무의식의 세계 또는 자신의 내면에서 억눌려 있는 그림자로부터 일어나는 이 마장에 한 번 맛을 들이면 빠져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신(神)을 만났다거나, 병을 고쳤다거나, 미래를 보았다며 내 마음 밖의 외부 이미지나 소리를 들었다는것 또는 그러한 현상을 놓지 못하고 실체로 받아들이고 고집하는 것은 선 공부를 잘못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것은 마음 대중이 없이 잠깐 무의식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힘이 없습니다.


마치 영화관 스크린에 비친 슈퍼맨의 모습을 자신으로 착각하여 망토를 두르고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려고 든다면 누구나 비웃고 말 것입니다. 대상에 자신을 투사하는 것으로 공부를 다 했다고 여긴다면 참다운 공부인은 아닌 것입니다. 그 점을 깊이 자각해 어떤 경계가 와도 좌우를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한 길로 우직하게 걸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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