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손자 손녀들에게 평화로운 삶을 물려주고 싶은 교토의 할배, 할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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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손자 손녀들에게 평화로운 삶을 물려주고 싶은 교토의 할배, 할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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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7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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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일본 교토 교탄고 사드 레이더기지 방문기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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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을 환한 미소로 맞이하는 '미군 X-밴드 레이더기지 반대 교토연락회' 정기 모임에 참석한 60여 명 회원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았다. 조금은 의외였다. 그 분들을 뵈면서 70~80의 연세에도 사드 철회와 평화로운 삶을 위해 열성과 소신을 다해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삶의 터전을 지켜내려고 하는 소성리의 할매, 할배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일본은 현재 경제 불황으로 젊은이들이 직업을 찾고 생계를 이어가는 일 외에는 사회에 대해 관심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연금을 받는 다소 안정된 노년층들이 공익 활동이나 시민사회 활동을 주로 한다고 한다. 그 분들은 온갖 재난과 전쟁을 겪고 전쟁터 같은 치열한 삶을 살아오면서 민주주의를 실현시켜 온 세대이며, 노년을 안락하고 세간사에 무심하게 사는 것을 선택하기보다 다음 세대인 손자 손녀들이 평화롭고 안전한 삶을 살아가게 하려고 현장에서 몸소 배우고 싸우면서 평화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해 준다.


모르고 만났으면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법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토론을 하고, 직접 유인물을 만들고, 안내하고, 사회를 맡아 행사를 진행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묘한 울림이 생겨났다.


'미군 X-밴드 레이더 기지 반대 교토연락회'는 2013년 2월 미일정상회담에서 교탄고시 교가미사키에 미군의 X-밴드 레이더 기지 건설 합의가 이뤄진 뒤 곧바로 건설을 반대하고 위험한 전쟁 준비를 허용하지 않겠다며 '교토부민 모임 남부연락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의 성주에 사드배치 과정이 그러했듯, '교토연락회'는 2014년 5월 기지 건설 공사가 착공되고 12월 본격 가동될 때까지 미군 기지의 반대, 건설공사 즉시 중단, 레이더 반입과 가동 반대 등 수많은 저항 활동의 중심에서 투쟁해 왔다.


또한 일본에서 최대로 위험한 후텐마 미군 기지를 이전해 헤노코라는 아름다운 해변에 새롭게 기지를 건설하게 되면서 2015년부터는 오키나와와 교토 시민 활동가들이 연대해 평화로운 오키나와와 교토를 만들자며 미군기지 반대 투쟁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2016년 한국 성주에 사드 배치가 강행되면서 미군의 동북아 군사패권 야욕에 한일 국민들이 강력히 저항해 나가자는 취지로 교토-오키나와-성주를 잇는 연대를 추진하고, 2016년 11월에 성주, 김천, 소성리를 방문해 사드 저지와 철회를 위한 연대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번 일본 교토와 교탄고 방문도 이런 연대 활동 취지로 이뤄진 것이다.


6월 3일 밤 6시부터 교토의 한 시민센터에서 이뤄진 '교토연락회' 정기모임에서는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과 한국의 성주 소성리 사드 철회 투쟁의 경과, 주민들의 투쟁 현황을 김천과 원불교 입장에서 전하는 데 거의 모든 시간이 할애되었다. '올오키나와회의' 다카사토 수쥬 공동대표의 발표는 아름다운 헤노코 해안을 메워 건설되고 있는 미군기지 철거에 강력히 항거하고 투쟁해온 오키나와 주민들의 긴 시간의 활동을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또한 김천시민대책위원회 김종경 위원장과 박희주 위원장, 그리고 김선명 집행위원장은 성주, 김천, 원불교 주체들이 함께 굳건히 연대해 300여일 가까이 날마다 사드반대 촛불을 밝히고 싸워온 경과와 활동 내용을 전하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분들은 무엇보다 한국의 사드 투쟁의 현황을 잘 알게 되었으며, 3주체가 굳건히 연대해 함께하고 있고, 지역 주민들과 젊은 층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모습에서 가슴이 뜨거워지고,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긴 싸움으로 지쳐 있고 미약한 힘이지만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분도 있었다. 모임이 좀처럼 끝낼 기미가 없이 질문이 이어졌다.

손자 손녀들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이 일을 해야 한다는 한 분의 말씀에 “승리한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기고 있는 것이다.”라고 한 헤노코 미군기지건설 반대운동에 참가한 90대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교토연락회 정기 모임의 밤이 그렇게 깊어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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