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주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없이 결코 끝나지 않을 평화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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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주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없이 결코 끝나지 않을 평화의 기도
  • 관리자
  • 승인 2017.07.0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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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일본 교토부(府) 교탄고시(市) 사드 레이더기지 방문기-(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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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동아시아 군사패권전략에 따라 북핵 방어라는 미명 아래 본토 방어를 목적으로 일본의 두 지역에 사드 레이더와 기지를 설치하였다. 일본 북부 아오모리현 쓰가루시의 샤리키 육상자위대 주둔지(2006년 설치)와 교토부 교가미사키시 우카와 항공자위대 미군기지(2014년 설치)가 그곳이다. 레이더 기지가 설치된 뒤 주민들은 저주파의 소음과 전자파로 인해 건강권을 침해당했다고 증언하고 있지만, 안전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제대로 요구하지도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전자파가 레이더 후방에는 영향력을 미치지 않으며, 발전기와 기계 소음은 머플러와 방음벽 설치 등으로 경감 대책을 실시하고 있어 괜찮다고 주장한다.


6월 4일, 레이더 기지 방문 때 현장에서 '미군기지 건설을 우려하는 우카와유지의 모임'의 나가이 도모아키 사무국장이 기지 주변을 둘러싼 철조망을 따라가며 안쪽의 시설과 현황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우리 일행들이 기지 옆에 버려진 절을 지나 기지 안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총을 멘 경비직원들이 오가며 경계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지 안 바다 쪽 언덕에 세워진 녹색 건물 안에 핵심 장치인 냉각기와 제어기 등이 설치돼 있고, 건물 뒤편에 레이더가 설치돼 있다고 했다. 철조망 바깥에서는 유심히 살펴보아도 레이더를 볼수는 없었다. 그리고 기지 중간 건물에서는 연신 '우우웅' 하며 귀를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주민들에게 소음 피해의 주된 원인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소성리에도 발전기 소음과 같은 소리가 들려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정문 쪽에는 레이더가 확보한 정보를 다른 미사일방어(MD) 시스템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둥근 돔 모양의 정보 송수신용 안테나가 세워져 있었다.


나가이 사무국장에게 주민 피해를 묻자 “기지 근처의 마을 주민들이 기지 주변에 가면 구토와 어지러움을 겪는다고 호소하고, 밤에는 발전기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는데,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글쓴이를 비롯해 일행 중 다른 분은 나중에 일본에 다녀온 뒤 한국에 돌아와 실제로 한동안 알 수 없는 어지럼증과 가벼운 구토 증상을 겪기도 했다. 레이더가 쏘는 강력한 전자파에 의한 주민들의 건강 피해는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노출되고 진행되기 때문에 쉽게 드러나지 않고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리고 문제는 사드 레이더 기지가 설치된 이후 미군과 군속들이 교카미사키에 와서 지내면서 범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약 130여 명 정도의 미군과 미군속이 근무하고 있는데, 3년여 동안 44건에 달하는 크고작은 교통사고와 음주 피해 사건 등이 일어났으나 사고처리는 미일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온적으로 이뤄져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도, 미일상호방위조약도 한국과 일본 국민들이 평화로운 삶과 환경 속에서 살아갈 권리를 짓밟고 안보라는 이름 대신 절대우위에 설 수 없고, 이 문제는 한국이나 일본의 평화 국민들이 주권의식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만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이 전혀 없이 미국의 전략 의도에 따라 일방으로 사드 레이더가 설치되었고, 일본과 한국의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 환경주권의 보장 등은 아예 뒷전으로 밀려난 채 지역 주민들은 고통 속에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주민들이나 평화 활동가들의 자발성으로 이뤄지는 평화를 위한 실천과 노력을 통해 고통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뤄내야만 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주민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을 해나가고 있다. 레이더기지가 생기면서 주인 없이 버려진 기지 옆 절을 아침마다 찾아와 청소하고 마을의 평화를 기도하기도 하고, 기지 옆 작은 땅이지만 미군에게 대여하지 않고 평화농원으로 지키며 살아가는 주민도있다. 그렇게 기도를 하고 밭을 가꾸며 스스로 평화의 주인으로 우카와에서 살아가고 있다.


소성리처럼 '사람'이 살고 있는 일본 우카와 바닷가에서 파도가 만들어낸 물보라와 무지개의 비감한 아름다움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내내, 버려진 절에서 결코 끝나지 않은 평화의 기도를 날마다 한다는 주민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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