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사상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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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사상②
  • 관리자
  • 승인 2017.07.0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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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원불교의 새 시대를 전망한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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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교단에서 수위단을 남녀 각 9인으로 하고 여자교무 남자교무를 동등한 자격으로 한다는 등 어느 정도는 남녀평등 이념을 이어 온다는 것은 형식적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가르침의 본질이 많이 흐려지고 잘못 가는 방향도없지 않다.


예를 들면 원불교 개교 36년에 남녀 각 종법사를 뽑고 남녀 회상을 분리해서 각자 자력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은 원기28년 소태산대종사의 열반과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 등 겹쳐진 사회 정치적 악재 속에 원불교의 존립마저 위험한 상황이었으므로, 그 꿈은 좌절되었고 그 이후에 소태산 대종사가 꿈꾸던 남녀 각 종법사나 남녀교단의 분리운영 등은 잊혀져 버린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현재 5대에 이르기 까지 종법사는 남자들이 이어왔고 여자들은 아예 도전을 하는 일도 없고 이런 현실에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지금에 와서 교무들을 남녀각단으로 교단의 사업기관도 교화기관도 각각 나누어 운영하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나 교단 2세기에 이르기 까지 종법사가 계속 남자들로만 이어가는 것도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태산대종사의 남녀평등 사상은 가정에서 그리고 교단의 조직에서도 철저히 실천하고자 한 의지가 있었고 그 방법도 구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원불교 교무들의 가정조차도 여전히 가부장제를 유지하고 있고 게다가 교역자 부족과 남자교무들의 가정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정무제도” 라는 또 다른 가부장제적 발상을 하고 여자교무에게는 아직도 “정녀” 지원을 의무화 하는 등의 교법정신 만이 아니라 시대정신에도 뒤떨어진 관행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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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페미니스트 학자이며 '부처의 딸들(Sakyadhita)'이라는 세계여성불자들의 모임 창설멤버이기도 한 리타 그로스(Rita Gross)의 최근 문제제기를 마음에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즉, “국제여성불자 운동에 있어서 지난 40여년은 중대한 시기였으며, 그 동안 많은 진보적 움직임이 있었고 여성불자들의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많은 제안들이 나왔다. 그 이슈들은 대부분 여성의 출가(monastic ordination)에 대한 것과 불교공동체에서 리더로써 그리고 스승(dharma teacher)로써의 여성의 위상에 대한 것이었다. 그에 비해 역사라는 경험의 빛으로 여성불자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일은 부족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시몬느 드 보봐르(Simon de Beauvir)의 기념비적 저서인 제2의 성(The Second Sex)에서 오래 전에 제기되었던 문제의식을 상기 시켰다.


즉 “남성중심주의(Androcentrism)에 대하여 남녀를 막론하고 모든 불자들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보편적이고 이상적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는다면 현재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교단의 제도적 문제들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며, 그렇게 자각된 인식이라야 교단의 여러 관행들이 여성보다 남자가 더 보편적이고 전형적이라는 견해가 깊이 각인되어 나온 것인지 아닌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광범위하게 무의식적으로 깊이 각인된 관점이 자각적으로 분명히 이해한 관점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통적 불교 맥락에서 많은 사람들은 뿌리 깊은 남성중심주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4th Sakyadhita International Conference on Buddhist Women, 2015)


교단의 남녀평등을 실현의 척도로써 여성의 가시적인 위상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오랜 전통에 의해 일상생활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젠더(gender)장치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문제가 더욱 확실하게 인지되고 반조가 될 수 있다. 원불교의 남녀평등사상에도 불구하고 남자교무는 결혼을 허용하는 반면에 여자는 교무를 지원하면 정녀지원서를 의무적으로 내게 하는 등 교법정신의 본질과 한참 동떨어진 정책을 하는 등 오히려 과거 종교들의 형태로 되돌려 버리기도 하는 현상을 보면 우리들 내면에 각인된 남녀 차별의 문화적 장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원불교의 존재 이유는 소태산대종사의 이념과 교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대산종법사는 원불교의 남녀평등 사상만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큰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많이 늦은감이 있지만 원불교의 남녀평등 이념을 소태산대종사의 구상대로 제대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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