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근 동작에 순서를 얻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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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근 동작에 순서를 얻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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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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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19)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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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할 때 함께 슬퍼할 줄 알며 기뻐할 때 함께 기뻐하는 사람을 우리는 마음을 중도에 맞게 쓴다고 합니다. 나아갈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아는 것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선의 맛이 깊어질수록 애착과 아집에서 해방되어 상대에게 더욱 공감(共感)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세상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를 보는 훈련을 통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삶이 가능해집니다.


일반적으로 몸과 마음을 분리된 것으로 보는 것과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고 보는 것의 두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근대적·합리적 사고를 하는 경우 전자의 것을 따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고 동양적·직관적 사고를 하는 경우 후자의 것을 택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느 한 가지 상태로 무 자르듯 분명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몸과 마음은 상황에 따라 둘이 됐다가 하나가 됐다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 아침 침대 위의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마음은 어서 일어나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분리된 전형적 상태입니다. 반대의 경우가 있습니다. 독서나 영화감상 등 무언가에 깊이 몰입해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때는 몸과 마음이 하나로 딱 붙어 있는 순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피로도 상대적으로 덜 느끼게 됩니다. 일종의 삼매 상태입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심신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순간 보다는 분리되어 따로 작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때 눈, 귀, 코, 혀, 몸, 마음 곧 육근이 서로 각기 따로 노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입력되는 모든 정보는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지나가는 사람의 무심한 눈빛에 '왜 날 째려보나?' 하는 오해가 비극을 불러 올때도 생깁니다. 귀에 들리는 소리와 코로 들어오는 향기도'나'라고 하는 강력한 아집에 왜곡되어 순서를 잃게 만듭니다.


이와 같이 육근의 순서를 잃게 만든 왜곡된 감정의 발생 이면에는 분리된 몸과 마음의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분리된 상황에서 육근은 순서를 잃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에 또 한 가지의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나' 라고 생각하는 육근(眼耳鼻舌身意)은 실상 '나의 것' 입니다. 내 것이니까 소유권을 내가 갖고 있지만 실상 육근이 나를 몰고 다니는 역전된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때에는 육근과 나를 동일시하는 관점을 깨버려야만 합니다. '나는 나의 육근이 아니다'라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에서 육근의 순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육근이 '나' 라고 착각한 왜곡된 거울로 받아들인 정보와 본래 나를 분리시켜 바라보면 마음의 빛이 밝혀집니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자신의 육근 작용을 분리해 바라볼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이 잡힙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로 조율 하되, 나를 나의 육근과 동일시하지 않고 분리해서 다스려야 합니다. 그래야 정신의 자주력을 세울 수 있고 육근의 순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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