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살만한 것, 미리 걱정하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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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살만한 것, 미리 걱정하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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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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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유행가」(30) ㅣ 조휴정 PD(KBS1 라디오 PD,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연출)

봄여름가을겨울의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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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나이 드신 분들에게 자주 듣는 말입니다. 10년만 젊었어도 공부든, 연애든, 사업이든 뭐라도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처럼 딱 10년만 되돌려서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은 아쉬움이 누구에게나 조금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10년 전, 우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았을까요? 아마, 그때도 지금처럼 “내가 10년만 젊었어도”라며 그저 아쉬워만 했을 겁니다. 늘 그렇게 야속하게 내 앞에서 달려가는 시간이지만 시간만큼 놀라운 축복도 없습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치유하고 잊게 하고 이해하게 합니다. 10년 전, 아등바등했던 일들이 특별히 무슨 해결책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뭐 어찌저찌 지나가서 이렇게 멀쩡히 살고 있는 것도 시간이 주는 선물입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 사건들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받아들일 여유가 생기는 건 시간이 주는 지혜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지금 고민하는 문제들도 별 것 아니라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이 20대까지 계속된 저로서는 늘 마음 한구석에 그늘이 있었는데, 그래도 나중에는 먹고 살만하다는 걸 알았더라면 그 좋은 청춘을 우울하고 기죽어 보내지만은 않았을 텐데. 그때 그 이별이 오히려 서로에게 참 좋은 선택이었음을 알았더라면 훨씬 성숙하게 인연의 마무리를 잘했을 텐데.


우리가 힘든 건, 이 고통이, 이 어려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이죠. 10년이든, 20년이든 정해진 시간만 지나면 좋아진다는 걸 안다면 훨씬 견뎌내기 수월할 텐데 그걸 모르니 이런저런 걱정에서 자유롭기가 참 어렵습니다. 아플 때는 이 병만 나으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지만 다 나으면 어디 또 그런가요? 집 한 채만 장만하면 진짜 경제적으로는 욕심내지 않겠다했지만 돈은 언제나 모자르지요. 그럴 때, 이 노래를 한번 들어보면 피식, 웃음도 나오고 기분 좋은 위로를 받게 됩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1992년, 김종진 작사·작곡)'입니다.


“오늘은 낡은 책상 서랍에서 10년이나 지난 일기를 꺼내어 들었지. 왜 그토록 많은 고민의 낱말들이 그 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지. 그 오랜 기록들이 어두운 거미줄에 쌓여 있는 동안 물론 힘겨운 날들도 많았지만 가끔은 깜짝 놀랄 만큼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고 생각을 해 봐. 그래 지금은 모두 힘겹다고 하겠지. 하지만 다가올 날들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 세상은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잖아?”


정말 그렇습니다. 20대에는 30대가 오면 어떻게 사나 싶었고, 40대에는 50대가 되면 여자로서는 끝이겠구나, 무슨 희망이 있을까 싶었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더군요. 누구나 그 나이에 맞는 설레임과 열정이 있다는 것도 시간이 가르쳐줬습니다. 다가올 날들에 대한 기분 좋은 상상만큼 훌륭한 인생의 비타민은 없습니다.


이렇게 봄여름가을겨울은 우리를 위로해주는 노래를 꽤 불렀습니다. 이 노래만큼이나 좋아하는 '영원에 대하여'도 명곡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영원을 향해 가고, 사랑은 맴돌지만 멈추지 않는 법”이렇게 깊은 글을 쓸 수 있는 김종진이 완전 부럽습니다. 밥 딜런이 그랬죠, 자신은 음악인이기에 앞서 글 쓰는 작가라고요. 김종진도 그렇고 뛰어난 싱어송 라이터들은 모두 시인이고 작가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아웃사이더', ' 언제나 겨울', ' 봄여름가을겨울', ' 이기적이야', '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좋은 노래, 실력 있는 연주로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이별 없이 함께 한 김종진, 전태관 두 남자의 브로맨스도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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