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력이 생겨나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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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력이 생겨나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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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02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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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22)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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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한다

선을 하다보면 우리는 수시로 몸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들과 직접 마주하게 됩니다. 졸음, 멍함, 간질거림뿐 아니라 허리와 다리의 통증,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오만가지 번뇌 망상과 만나게 되고 흘러가지 않는 시간과 더 나아가 그 와중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기 자신과도 만나게 됩니다.


명상을 방해하는 또는 방해한다고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외부의 자극입니다. 특히 현대사회는 외부에서 자극을 주는 대상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 역시도 좌선을 하려고 앉아 있다보면 핸드폰으로 시선이 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좌선 도중에도 전화가 울리기도 하고 마치고 나서는 부재중 전화 그리고 무수한 문자와 메신저 안내 창에 마음을 뺏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내 마음을 주인처럼 차지하고 있는 외부의 감각 대상에 끌려가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끌려가지 않는 힘, 바로 인내력이 필요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인내력은 밖으로 도망간 마음을 안으로 끌어와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호흡 관찰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숨을 쉰다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는 순간에 우리는 육근이 일으키는 자극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 주의력 집중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삼매가 깊어집니다.


특히 최근에 어린이들 가운데 (또는 성인에게도 나타납니다) 많이 보이는 '주의력 결핍과잉 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약물치료 보다 명상이 선호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명상을 지도할 때는 눈을 감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 그 순간 눈앞에 우주가 펼쳐진다고 지도해도 좋습니다. 눈꺼풀이 닫히면서 생긴 어둠을 우주공간이라고 상상하도록 이끌어야 흥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억지로 시켜서는 안 됩니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가 될 때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호흡이 안정된 상태에서 뇌파를 측정하게 되면, 강력하게 활동하며 깨어있을 때의 뇌파인 베타파에서 완만하게 각성된 알파파가 나오는 것이 측정됩니다. 이는 대뇌피질의 과민한 활동이 억제돼 복잡다단한 생각이 쉬어지고 마음이 안정돼 간다는 의미입니다. 처음부터 인내력을 키우려고 하는 것 보다는 번잡한 마음을 쉬도록 하는 것이 순서에 맞습니다. 이쯤 되어야 인내력도 따라서 생깁니다. 이는 어린이나 성인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인내력이 없어서 선을 못한다는 말씀을 하는 분도 계시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인내력이 없기 때문에 선을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없으니까 그것을 길러내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것이지요.


우스갯소리 중에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좌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앉기 전에 미리 분별하거나 속단하지 말고 '오래 오래 계속' 좌복(服坐) 위에 앉는 자가 마음과의 승부에서 이기는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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