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산책] 새가 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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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산책] 새가 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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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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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② | 박세웅 교무(북경대 철학박사)

박 교무의 유림산책(새연재-옛날대종경자리에).jpg

누구나 한 번 쯤은 창공을 나는 새를 보며 그 자유로운 날개 짓에 부러움을 보냈을 것이다. 새는 어떻게 그렇게 날 수 있게 되었을까? 언뜻 날개가 있고, 뼈 속이 비어있으며, 배설물을 저장하지 않고 바로 배출하여 몸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신체조건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새가 날 수 있는 이유를 그러한 신체 조건이 아닌 다른곳에서 찾았다.


習(익힐 습)자는 새가 날이 새도록 까지(白) 반복해서 날개 짓(羽)을 하는것을 의미한다. 혹자는 새가 무수히 날개 짓(羽)을 연습하는 것처럼 사람은 머리가 하얗게 될 때(白)까지 배우고 익혀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어찌되었든지 새가 날 수 있는 이유는 그 날개에만 있지 않고 새 스스로가 나는 연습을 무수히 반복하는데 있는 것이다. 우리가 부처가 될 수 있는 것도 그 불성(佛性)을 본유(本有)한 것에만 있지 않고, 스스로가 부처의 지행(知行)에 대한 연습을 무수히 반복하는데 있을지도 모른다.


공자는 이 '습'(習)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배우고서 그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논어」, '학이') 후에 유학자들은 이 말씀이 「논어」의 맨 앞에 나오는 첫 구절이라 하여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논어」를 편찬한 이도 아마 후대 유학자들이 배우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배운바 대로 반복연습해서 공자의 본의를 체득(體得)하기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이것이 공자의 진정한 가르침일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說'(기쁠 열)자이다. 이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반복하고 익숙해져서 마음 가운데 그에 대한 진정한 재미를 느끼게 되면, 저절로 그것을 그만 둘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일종의 마음 세계의 원리이다. 결국 놓으려고 해도 놓을 수가 없고 그만두려고 해도 그만 둘 수 없는 불퇴전의 경지에 이르게되는 것이다. 「논어」의 첫 구절은 바로 이러한 경지에서 파악해야 공자의 본의를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공자의 가르침이 일상생활 속에서 이러한 낙도(樂道)의 경지를 추구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공자 역시 “(도를) 아는 자가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가 즐거워하는 자만 못하다.” (知之者不如好之者요 好之者不如樂之者니라. 「논어」, '옹야')라고 말한다.


대종사도 공부인으로서 반복하여 익히는것을매우중요하게여기셨다. 「정전」개교의 동기에서는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한 방법적 대의로써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사실적 도덕의 훈련은 「정전」제3 수행편 정기훈련과 상시 훈련에서 그 목적·원리·내용·방법 등이 보다 체계적으로 제시된다.


여기서 훈련의 사전적인 의미는 “익숙하도록 가르치거나 되풀이하여 연습하는 일”이다. 「정전」에는 이러한 훈련의 정신이 담긴 구절들이 곳곳에 보인다. '오래오래 계속하면'(삼학·좌선법·무시선법), '정성으로써 계속하면'(심고와 기도), '정당한 법으로 단련하여 기질변화가 분명히 되기까지'(고락에 대한 법문)등이 그 예이다. 대종사가 말한 습(習)의 핵심은 결국 '교법의 사실적 반복훈련'에 있다.


공자와 대종사 모두 그 가르침의 서두에서 '습(習)'을 중시했다는 것은 수 천 년의 시공간을 생각하면 놀라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마음 세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새가 수없이 반복되는 날개 짓을 통해야만 날 수 있듯이 우리는 반복되는 교법의 사실적 훈련을 통해 결국 공자와 대종사와 같은 성인의 반열에 들 수 있다.


이것은 새에게도 평범한 사실이며, 우리에게도 평범한 사실이다. 그저 나는 새를 부러워만 하지 말자. 그것은 공자의 뜻도 대종사의 뜻도 아니다. “그럼 네가 한번 날아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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