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바이디, 라오!" (안녕하세요, 라오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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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바이디, 라오!" (안녕하세요, 라오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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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26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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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엔쾅, 고요함을 만나다
15일(일) 오후, 의료봉사팀 일행은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엔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한시간을 날아 시엔쾅 주(州)에 도착했다. 하루에 한 번 다닌다는 국내선은 허허벌판에 작은 건물이 덜렁하나 있는 공항에 우릴 내려주고 프로펠러를 돌려 사라져갔다.


참 신기하게도 한국에서 느낄 수 없던 고요함이 사방을 휘어감고 있었다.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도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 사라질 듯한 그런 고즈넉함이었다. 이 느낌은 시엔쾅에 머무르는 내내 나를 사로잡았다.


만리타향인 라오스교당에 모셔진 법신불 전에 참배를 올리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직 변변한 교도가 있지는 않아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갖춘 세일롬 삼동종합학교를 울안에 갖추고 있으니 교화의 못자리판은 든든하게 갖춰진 셈이다.


한방 진료팀은 시엔쾅 주립병원에 자리를 잡았다. 주에서 가장 큰 병원이라고는 하지만 시설은 너무나 열악했다. 특히 라오스는 한방(韓方)이라는 개념이 잡혀있지 않아 염려가 됐다. 그러나 몇 해 전에 다녀간 한국 의료봉사대에게 침술을 접해서 그런지 거부감은 없다고 한다.


한편 양방 진료팀은 세일롬 삼동종합학교에서 지역주민들을 맞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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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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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팀

# 부족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의료봉사팀이 첫 진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소문을 듣고 찾아온 주민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큰소리를 내며 싸우는 법이 없고, 거리 한복판을 소들이 지나가면서 막아도 경적을 울리지 않으며 기다린다. 외국인을 만나도 경계하지 않고 “사바이 디!(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웃으며 “사바이 디!”하며 화답했다.


동네를 지나치며 유심히 살펴보면 늘 빗자루를 들고 집안과 골목을 쓸었으며, 자신들이 머무는 공간은 부족함은 있을지라도 누추하지는 않았다. 한국 사람이라면 속이 터질 법도 하지만 병원 대기석에서도 이들은 조용히 앉아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렸고 진료하는 낯선 외국인들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새벽녘 탁발에 나선 스님들보다 먼저 공양물을 챙겨들고 다소곳하게 무릎 꿇어 복전(福田)을 가꾸던 시엔쾅 아낙들의 경건한 모습은 동남아답지 않게 서늘한 이곳의 날씨만큼 멀리서 온 손님마저 옷깃을 여미고 합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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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임없이 밀려오는 환자들
의료봉사팀은 3일 동안 300여명이 넘는 지역주민을 진료했다. 일반적으로 만나는 환자의 진료의 몇 배 이상을 준비한 약품 중에 남은 것은 주민들을 위해 전부 남겨두고 왔다. 외국인 의사가 왔다는 소식에 구부정한 허리로 몇 시간을 걸어 학교에 도착한 어느 할머니, 엄마는 아파서 우는 아들의 손을 잡고, 할아버지는 손녀를 품에 안고 멀고 먼 이곳까지 의사를 만나러왔다.


아이를 유산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한 여성 환자를 처방할 약이 없어서 되돌려 보내야만 했던 문성근 진료원장(정읍시립요양병원)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 마디를 던진다. “이곳이 '못살고 환경이 형편없다'는 이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오면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여기 사정을 모르니까 계속 체크하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도 라오스 사람들을 만나니까 참 좋습니다. 거부감도 없고 선량하고 순박한 사람들이네요. 기회가 되면 또 올 것 같습니다”


그새 한국에서 온 잘생긴 청년 한의사(오승훈 공중보건의)에 대한 소문이 났는지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해도 가족과 함께 기어코 진료를 받는 환자 등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뜸에서 피어오른 연기와 부황을 받기 위해 달려온 환자들은 끊이지 않았다.


처음 접해본 침이 따끔할 법도 한데 60대로 보이는 모알리 타우 씨에게 어땠냐고 물으니 “편안해요”라며 “껍짜이! 껍짜이!(고맙습니다)”를 연발한다. 진료 기간 내내 봉사팀의 의료활동을 유심히 관찰하던 시엔쾅주립병원의 의사 캄수완 씨는 “시간이 짧아 너무 아쉬웠지만 여러분을 만나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어요. Happy Happy! very Happy!”라며 싱글벙글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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