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산책] 사랑 받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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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산책] 사랑 받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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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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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④ | 박세웅 교무(북경대 철학박사)

박 교무의 유림산책(새연재-옛날대종경자리에).jpg

에 이 브 러 햄 매 슬 로 우 (Abraham Maslow)는 1943년 '인간욕구 5단계 이론'을 발표한다. 그 내용은 인간은 누구나 다섯 가지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들 다섯 가지 욕구에는 우선순위가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욕구부터 차례로 만족하려한다는 것이다. 그 중 네번째 단계가 '존경의 욕구'로서 누군가로부터 사랑과 높임을 받고, 주목과 인정을 받으려 하는 욕구라고 한다. 만약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그 누군가가 위대한 성인이라면 그 마음은 과연 어떨까?


도가에서는 세 가지 즐거움 가운데 하나를 '자기의 모두를 맡길 수 있는 제자를 만났을 때'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공자와 대종사 모두 이 즐거움이 가득했던 분들이다. 공자에게는 '안회(顔回)'라는 제자가 있었고, 대종사에게는 '송규(宋奎)'라는 제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제자들에 대한 두 성인의 특별한 애정은 남들이 보기에는 부러움을 살만한 정도였다.


하루는 공자가 안회에게 “써주면 도를 행하고 버리면 은둔하는 것이니, 오직 나와 너만이 이것을 가지고 있다.”(「논어」, 술이) “(도를) 말해주면 게을리 하지 않는 자는 안회일 것이다.”(「논어」, 자한)라고 말하며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느 날은 “안회는 나를 돕는 자가 아니다. 내가 하는 말에 기뻐하지 않는 것이 없구나.”(『논어』,「선진」)라고 말씀한 적이 있다. 얼핏 보면 공자가 그를 책망하는 말 같지만, 사실은 그가 스승의 말씀에 대해 마음으 로 통하여 일호의 의심이 없었다는 의미로 이는 공자가 오히려 그 기쁜 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와 같은 마음은「대종경」신성품에서 말한 공부인의 특별한 신심 가운데 '스승을 의심하지 않는 것'과 서로 통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안회는 요절을 하고 만다. 안회가 죽자 공자는 “아!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였구나.”(「논어」, 선진) 하며 크게 상심한다. 공자는 안회가 죽음으로 인해 더 이상 자신의 도가 전해지지 못하게 되고 끝내 없어지게 될 것을 하늘이 자신을 망하게 하였다고까지 여긴 것이다.


대종사 역시 송규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였다. 대종사는 원불교 최초의 단을 조직할 때에 중앙의 자리를 임시로 대리를 시켰다가 송규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그를 맞이하여 중앙위를 맡기며 “내가 만나려던 사람을 만났으니 우리의 대사는 이제 결정이 났다.”고 말씀한다. 안회를 잃은 공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부러워할 만한 일일 것이다. 대종사는 송규에 대해 “나의 마음이 그의 마음이 되고 그의 마음이 나의 마음이 되었다.”고 말씀하기도 하였다. 스승과 제자가 서로 이와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송규는 대종사의 법을 온통 이어받게 되고, 대종사는 세세생생 그를 데리고 다니겠다고 까지 장담했을 것이다.


안회와 송규는 어떻게 그토록 스승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 그 비결 중에 하나는 바로'신의(信義)'이다. 대산종사는 “자신이 신의만 갖춘다면 스승의 믿음과 사랑을 구할 것이 없다. 나에게 신의만 있다면 스승의 법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받아 올 수 있다.”고 말씀한다. 신이란 제자가 스승에게 온통 바쳐버리는 것으로 설사 스승은 모를지라도 밑에서는 바치고 또 바치는 것이다. 의란 한번 바친 그 마음을 어떠한 순역경계에도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이어가는 것이다.


안회와 송규는 그 제자들 가운데서도 이러한 만고신의(萬古信義)를 갖춘 분들이었다. 그러므로 공자와 대종사는 주고자하나 줄 수 없는 그 물건을 주고자 하는 마음 없이 온통 다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요, 안회와 송규는 받고자 하나 받을 수 없는 그 물건을 받고자하는 마음 없이 온통 다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달리 생각해보면 누구나 만고의 신의를 갖추고 보면 안회와 송규같이 사랑받는 제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누구나 말이다.


“이 놈아! 다 주고 다 받을래? 반만 주고 반만 받으래? 그것도 아니면 안주고 안 받을래?”(全信全受, 半信半受, 無信無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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