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광화문 세월호 목요 기도회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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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광화문 세월호 목요 기도회를 마치며
  • 관리자
  • 승인 2017.12.0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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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명 교무(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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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304명의 우리 이웃이자 형제이고 가족들인 여러분에게 깊은 위로와 완전한 해탈천도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지난 4년여의 시간동안 진도 팽목항의 현장에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세월호 가족들의 가슴 아픈 아스팔트 위의 싸움에서, 그리고 이곳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에서 위로와 연대, 진실규명의 목소리를 한결 같이 외쳐주신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의 정성과 수고로움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세월호가 가지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국가의 존재를 생각할때 어쩌면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 시스템의 붕괴가 끔찍한 참사를 초래했고, '가만히있으라'는국가의 지시를 믿고 따른 국민들은 귀중한 생명을 보호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희생당했습니다. 그런데 국가는 오히려 이 모든 과정을 숨기려 하였고, 이에 맞서 진실을 건져내려 한 가족들은 편견과 왜곡 앞에 말할 수 없는 형극의 길을 비틀거리며 오늘까지 걸어왔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이 명제는 진리입니다. 눈 밝은 이들과 4.16 연대 등 가족들의 불굴의 헌신 속에 부도덕한 정권은 촛불의 심판을 받고 마침내 단죄 되었습니다. 이제 진실이 인양되어야 하고 될 것입니다. '이게 나라냐?'가 이제 '이게 나라다'로 바뀌고 있습니다. 깨어있는 양심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임을 알게 하였고 몸으로 깨닫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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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사회참여의 분기점을 맞이하였습니다. 교단 초창기 소태산 대종사는 식민통치의 질곡 하에 있던 민중의 삶을 외면하지 아니하고 저축조합과 방언공사를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하게 하셨습니다. 정산 종사는 해방이후 물밀듯 들어오는 귀환동포를 위해 전재동포 구호사업을 펼쳤습니다. 당시 교단의 구호는 '우리는 동포를 살리기 위하여 거리로 나선다'였습니다. 시대 과제에 결코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교단은 이후 인도적 차원의 구호사업에는 헌신적이었지만, 민주화나 사회정의 실현의 현장과 과업에는 소홀하였습니다. 체제수호에 방점이 찍힌 교단은 시대과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개인적인 관심과 산발적인 참여로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화 민주화를 지나오면서 교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자발적인 모임을 통해 현장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하고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교단은 사회참여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습니다. 기존의 봉공회를 비롯한 교단의 후원과 활동가들의 현장지원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구호활동과 진실규명을 위한 일련의 활동이 교법의 사회화를 위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았던 광장이 두렵지 않게 되었고 재난의 현장뿐만 아니라 그 어느 현장에도 원불교의 이름으로 함께 하는데 주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의인 김관홍 잠수사 천도독경, 구의역 청년노동자 희생 천도독경, 세월호 매주 목요 기도회, 사드 말고 평화행동 등, 그 선두에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를 마무리 하려고합니다. 그러나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앞으로의 노력에 우리의 관심과 기도는 계속될 것입니다. 특별히 그동안 쉽지 않은 시작을 해 주시고 목요기도회를 주관해주신 이태은, 조은혜, 이해은, 심경화, 지수인, 이지철 교도님을 비롯한 교도 여러분들과 기도주례에 동참해 주신 교무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백년에 소태산 여래의 가르침은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 받는 이웃들과 함께 하는 것이고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데 있음을 알게 해주셨음에 감사드리고 우리의 노력이 계속되어야 함을 약속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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