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함께했던 '1335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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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함께했던 '1335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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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27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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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은 교도(영등포교당,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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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주기에는 '그날 이후, 3번째 봄 원불교 세월호기도회'라는 이름으로 4월15일 낮 4시16분에 광화문세월호광장에서 백팔배 기도를, 16일엔 팽목항으로 가서 광주전남교구의 교무님과 교도님들이 함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참사 1091일 만인 2017년 4월 11일 드디어 인양되어 목포신항으로 올라온 세월호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마음모아 미수습자들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 올렸습니다. 8월부터는 광주전남교구에서 목포신항에 원불교희망법당(컨테이너)을 세우고 목포교당에서 매일 새벽 5시와 오후 2시에 특별위령재를 모시다가 11월 18일 미수습자가족들이 모두 떠나면서 희망법당을 닫기도 했지요. 매주 목요일 광화문광장에서의 세월호기도도 2017년 11월30일 150회 기도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함께 기억해야할 마음들, 세월호가 인양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다섯 분 미수습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장례식을 치르는 모습을 안타깝게 보았습니다. 권혁규, 권재근,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세월호사건 이후 1,314일째! 끝내 찾지 못한 미수습자, 세월호 피해자들입니다.

고인들의 유품과 세월호안에서 퍼올린 뻘을 관에 넣고 장례식을 치르면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하며 고개를 숙이셨습니다. 단 한조각의 유해라도 찾고 싶어 3년 넘어 4년이 가까워지도록 한댓잠을 잤던 그 유족들의 슬픔을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요. 그저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부디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끝까지 수색을 멈추지 말라 외치며 세월호 앞에서 마음자리하고 버텨야 한다는 것, 이제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인사를 받은 우리 차례라는 것,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참사'는 아직 밝혀진 이야기가 없습니다. 왜 침몰했는지, 왜 해경은 미적미적 움직였고 정부는 왜 눈을 감고 구하지 않아 소중한 분들을 보내야했고 왜 진실규명을 외치는 입을 막고 진실들을 조작하려고 했는지…. 아직 '왜' 란 질문에 답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시작도 못한 외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하면 됐다고 말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뭘 시작이라도 해봤어야 그만할것도생각할수있을텐데. '왜' 라는 질문에 답변 없이 무엇을 논하고 어떻게 할 것이며, 언제 누구를 용서 하든 벌주든 가슴에 묻든 다음 발걸음을 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이제 시작입니다. '사회적 참사특별법'이 통과되었습니다. 만족할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이제야 비로소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별이 된 아이들이 우리를 도와준 것이고, 우리의 기도가 통한 사은님의 도움이라 생각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우리들이 채워가야 할 몫으로 남겨 준 것인지도 모르지요. 끝까지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이번 특별법 제정 과정을 통해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방해세력들은 곳곳에 남아 끝까지 감추고 속이려 하고 있습니다. 1기 특조위의 실패를 또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조위 2기가 온전히 세워져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그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세워가길 비는 마음으로 특조위 임명 과정부터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2기 특조위가 건져내야 할 진실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 진실들이 온전히 건져질 수 있도록 끝까지 흐트러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건져진 진실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영원히, 또렷하게 기억해 가야할 것들입니다. 사회적 참사특별법을 통해, 4년 가까이 소리 높여 온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가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함께 가는 이 길이 외롭지 않고 두렵지 않게 지혜와 힘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고 책임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그 때 비로소 유가족은 깊은 한 숨을 내 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그 힘든 고통을 감내하며 버티어 낸 당신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길 바랍니다. 진실에 또 하루 다가서는 오늘 하루입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희생자와 가족들을 떠올립니다. 미수습자를 기억합니다. 오늘도 마음을 모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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