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국방부 군종홍보 영상을 촬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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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국방부 군종홍보 영상을 촬영하며
  • 관리자
  • 승인 2017.12.27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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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출신은 무엇이든 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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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보병사단(칠성부대)에서 군(軍)교화를 담당하며 군종장교로 근무하고 있는 정효천 교무입니다. 군종교무로 보은을 하다보면 새로운 교화현장의 역량이 요구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군대의 종교행사에서 장병들에게 원불교 신앙과 수행을 통한 의미와 가치 발견의 노력은 가장 기본적인 활동입니다.

추가적인 군종교무의 교화 중 수시로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일은 군대 안에서 종교의 역할과 문화를 오래 전 정착해놓은 이웃종교에 발 맞춰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인적, 물적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일하게 요구되는 일들은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군종의 초창기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명으로 생각되어 정성을 다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최근 이와 같은 마음을 새롭게 챙기게 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과거 군종하면 떠오르는 것이 초코파이였죠. 초코파이의 개수로 종교를 선택한다는 말이 있던 시절 교회, 성당, 법당은 많은 장병들로 넘쳐났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흘러 지금은 간식만으로 신세대 장병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없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생활관의 환경은 갈수록 좋아지고, 주말 휴식 여건 보장이 자유로움에 따라 종교행사를 찾는 장병들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국방부에서는 신세대 장병들의 눈높이에 맞춰 종교행사 활성화를 목적으로 예능프로그램 형식의 홍보영상 제작을 추진하게 됩니다.

군종역사 중 처음으로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4개의 종교방송사가 업무적 협약을 맺고 오랜 시간 회의와 준비과정을 통해 '달샤벳'이라는 아이돌 그룹과 4개 종교의 군종장교가 함께 홍보영상을 촬영하였습니다.

원불교 군종장교는 전군(全軍)에 단 3명뿐으로 그 중 한명이 영상촬영을 담당해야만 했고, 다른 분들의 특별한 사정으로 결국 제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교무로서의 삶인 출가를 고민하던 시절 들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전무출신은 무엇이든 할 줄 알아야 한다.”

출가를 하고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방송 연기까지 해야 하다니,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원음방송 모든 분들의 도움으로 촬영이 마무리 되었고, 최근 국방부에서 시사회까지 마쳤으며, 조만간 이 영상은 전군에 배포되어 군종의 홍보영상으로 활용됨과 동시에 각 종교방송에서 방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겪은 감상입니다.

첫째, 종교는 하나일 때 아름답다는 사실입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유는 각자의 색을 자신있게 나투는 가운데 함께하는 조화로움이 있어서라 생각됩니다. 시사회 때 천주교 방송 국장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4개 종교의 방송사가 함께 하는 시작과 끝의 과정에서 그 어떤 갈등과 마찰도 없이 행복한 작업이 되었다.”고 합니다. 촬영하는 과정을 통해 이웃종교를 이해할 수 있었고, 함께함으로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둘째, 재가 · 출가 교도님들의 교화 정성입니다. 원음방송이 없었다면 이 일은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원불교 군종승인이 없었다면 이 일은 진행될 수 없었습니다. 4개 종교를 한 장소에서 촬영하기 위해 육군사관학교의 협조를 받아 진행되었습니다. 육사에 화랑대교당이 없었다면, 원음방송이 없었다면 자랑스러운 원불교를 세상에 알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 역사를 만들고, 또 이루어가는 재가, 출가 교도님들의 정성을 피부와 마음으로 아로새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셋째, 전무출신으로서 '연기하는삶'을 살지 말아야겠다는 개인의 다짐입니다. 저는 그 영상을 민망해서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더 부끄러운 것은 장병들을 만나는 교화자로서의 몸과 마음의 행동입니다. 언제나 진리에 바탕하고, 인과를 생각하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을 대하는 교화자로 거듭나겠다는 서원을 다시 챙기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교화의 책임을 다하고 계시는 재가, 출가 교도님들의 은혜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감사합니다. 행복한 교화, 결실있는 교화로 보은하는 전무출신 되겠습니다. 단결!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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