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도 당신의 인생은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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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도 당신의 인생은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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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27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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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유행가」(38) ㅣ 조휴정 PD(KBS1 라디오 PD,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연출)

박정식의'멋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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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마무리되는 이 즈음, 스스로에게 2017년 성적표를 매겨봅니다. 특별히 나쁜 일이 없었으니 그저 감사해서 90점은 주고 싶습니다. 채워지지 않은 10점은 자꾸 늦어지는 회사 복귀 때문이고 그것만 뺀다면 올해도 과분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현재의 처지에 감사하게 됩니다. 잘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오면 그날 하루는 부럽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거쳐 왔을 수고로움을 잘 알기에 지금 이만큼 사는 것도 기적이다 싶습니다.


그뿐인가요. 몇 년 후면 퇴직인데 그 흔한 장(長)자리 하나 못 달아보는구나. 자괴감이 들다가도 어휴, 매일 이른 아침부터 회의에 휴가도 못가고 퇴근도 못하고, 저처럼 평직원이 최고입니다. 올라가지 않았으니 떨어지는 아픔도 모르고요.


좁은 내 집은 청소하기 간단해서 좋고 아들들은 일찍 일찍 제 짝 찾아서 저에게 이른 자유를 주었고, 김밥에 쫄면만 먹어도 그렇게 맛있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인생 아닐까요? 그래서 절로 박정식의 '멋진 인생(장욱조 작사 작곡)'이 흥얼거려집니다.


“잘났다고 못났다고 누가 말했나. 서로 믿고 사랑하면 그것이 멋진 인생.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우리 만남은 하늘에서 맺어주신 천생 연분일세. 아름다운 이세상에 한번 왔다 가는 인생 멋지게 살아보세”


그렇죠, 잘났다고 못났다고 누가 판단하나요. 아파트 한 채 갖은 사람은 두 채 갖은 사람 부럽고 나이든 사람은 젊은이들 부럽지만 죽을 때 재산 남겨놔 봤자 자식들 분란 일으키기 딱 좋습니다.


주변 이야기 들어봐도 다 돈 때문에 가족들과 다투고 부부가 불화하고 자식과 멀어지더군요. 자식에게 1억을 남겨준들 고마워하고 요긴하게 쓰일까요? 아닐 겁니다. 자식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한 편이 되어주고 따뜻한 저녁 한 끼 더 해주는게 결국은 더 감동을 줄 겁니다.


젊음도 그렇습니다. 생물학적 젊음이래봤자 3~40년인데 만고진리의 법칙은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른다는 걸. 게다가 요즘 젊은이들이 얼마나 피곤한데요. 저는 딱 5년만 젊어지고 싶다가도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아 옛날에 태어나길 잘했다 싶습니다.


이 노래를 구성지게 부른 박정식은 제가 인간적으로 참 좋아하는 가수입니다. 25년간 방송국에서 봤지만 한결 같이 성실하고 겸손합니다. 제가 주로 7080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니 전통가요를 부르는 박정식의 노래를 소개할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그는 그런 걸 뛰어넘은 사람입니다.


그러기는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박정식을 아는 방송국 사람들은 칭찬이 자자합니다. '천년바위'때부터 박정식의 가창력은 인정받았지만 후속 히트곡이 나오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멋진 인생'으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되어 제 일처럼 기쁩니다. 저는 박정식을 볼 때마다 우리 사회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성실하고 착하고 실력 있는 수많은 '대한민국의 박정식'을 떠올립니다.


1인기가 있으나 없으나, 이익이 되거나 안 되거나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박정식. 자신의 상황에 감사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고 성취해가는 박정식. 그런 '이 시대의 모든 박정식'에게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2017년의 당신 인생도 정말 최고였습니다!


2018년에도 변함없이 우리답게, 멋지게 살기로 해요. 노래 가사처럼 “백짓장도 맞들면 가볍다는데 세상살이 힘들거든 함께 살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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