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산책 | 진검승부(眞劍勝負)
상태바
유림산책 | 진검승부(眞劍勝負)
  • 관리자
  • 승인 2018.01.13 1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⑧ | 박세웅 교무(북경대 철학박사)

박 교무의 유림산책(새연재-옛날대종경자리에).jpg

경산종법사는 원기103년(2018) 무술(戊戌)년 새해 신년법문의 제목을 '일원의 주역이 되자'로 정하고, 그 실천강령으로 '내가 나를 이기자, 보은의 길로 가자, 낙원을 개척하자'고 말씀하셨다.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학업에만 매진한다는 이유로 내가 나를 용서하고 타협하는 때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내가 나를 이기자'는 그 말씀이 마치 나를 위해 하는 말씀처럼 다가온다.


어느 날 공자의 제자 안회가 인(仁)에 대해서 물어보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내가 나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克己復禮]이 인이다. 하루라도 나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면 천하가 인으로 돌아갈 것이다. 인을 행하는 것은 나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어찌 다른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겠느냐?”(「논어」, '안연')


유학에서는 '극기복례'에 대해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사람으로서 본래 갖추어야 할 예의와 법도를 따르는 마음으로 되돌아감' 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인이란 사욕(私慾)이 없는 경지를 말한다. 또한 극기복례는 사사로운 몸을 죽여서 인을 이룬다는 살신성인(殺身成仁)과도 뜻이 통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공(公)을 위해서 사(私)를 놓고, 법을 위해서 몸을 잊는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좋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사사로운 욕심은 천차만별이겠지만, 특히 공부인이 항복받아야 할 세 가지 마음에 대해 대산종사는 '남녀욕 · 재물욕 ·명예욕'이라고 말씀한다. 대종사 역시 우리들이 시절의 인연을 따라 교화의 판을 벌이는 것이 마치 기러기 떼의 일과 같은데, 수도하고 교화하는 사람들에게 기러기를 살상하는 그물과 총알과 같은 것이 곧 재와 색의 경계라고 말씀한 바가 있다. 우리가 이 세 가지 마음을 이겨서 항복받는다면 세상에 더 어려운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한 말씀을 생각해보면, 이 마음을 항복받는다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일까 노자는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은 힘이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자신을 이기는 것은 강하다”(「도덕경」 : 승인자(勝人者)는 유력(有力)이어니와 자승자(自勝者)는 강(强)이라고 말씀하고, 대산종사는 “남을 이기는 것이 참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기는 것이 참으로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씀한다.


공자의 말씀 중에 내가 나를 이기는 일이 어떻게 천하가 인으로 돌아가게 하는 일이 되는 것일까? 그것도 단 하루인데 말이다. 대부분의 주석가는 이에 대해 그 효과가 심히 빠르고 지극히 큰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산종사는 “일인이 중화 즉 천하가 안정화육(一人中和則天下安定和育)하고, 일인이 지성 즉 천하가 성실무위(一人至誠則天下誠實無僞)하고 일인이 지덕 즉 천하가 겸양성덕(一人至德則天下謙讓盛德)”이라 설명하고, 대도는 그 사람을 기다린 이후에야 행해지는 것이라고 말씀한 바가 있다.


또한 성인이 나와야 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고, 한 기운이 돌면 허공법계가다 움직이나니, 성인은 세상의 중심이며 뿌리가 되는 것이라고도 말씀한다. 그러므로 극기복례하여 인을 실천하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게 되면 그 사람은 진리로부터 명(命)을 받게 되고 결국 세상은 그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여가는 것이다.


공자와 부처와 예수와 대종사가 모두 그와 같은 분들이다. 더불어 그것은 이러한 성자들을 모시고 한맘 한몸 한뜻 한삶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들의 서원이자 사명이기도 하다. 더 이상 건성으로 가짜 칼을 휘두를 무술(戊戌)의 해가 아니다.


“이제는 나와 나와의 진검승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