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지극한 정성 그리고 용감한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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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지극한 정성 그리고 용감한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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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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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시네마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PD,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연출

쉐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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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를 무서워합니다. 아주 작고 귀엽고 순한 개라도 쉽게 쓰다듬지도 못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안아본 기억이 어렴풋이 있긴 한데 커서는 개를 품어본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개와 관련된 프로그램은 거의 다 챙겨봅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TV동물농장'은 기본이고 '하하랜드', '잘살아보시개', '단짝' 등도 즐겨보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개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와 인간이 보여주는 '진실한 사랑' 때문입니다. 왜 '반려견' 이라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개는 주인이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잘생겼거나 못생겼거나, 건강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차별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주인만 바라보고 주인의 감정까지도 어루만져주죠. 최근에는 반려견 때문에 암을 조기 발견했다거나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과학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인간과 반려견의 절대적 사랑의 결과일겁니다. 자신을 버리고 간 주인을 한없이 기다리는 반려견이나 아프고 늙은 반려견을 지극한 사랑으로 돌보는 사람들은 늘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나는 누군가를 저렇게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주례사 단골 메뉴인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
할 때나 아플 때나” 한결같이 사랑하고 사랑받은 적이 있었던가.


'쉐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2017년작,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도 저에게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해준 영화였습니다. 미국 항공우주연구센터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일라이자는 사회적 잣대로 보면 '루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직은 여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1960년대에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 청소부'인 그녀의 삶은 외롭고 고단했을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온몸이 비늘에 덮인 괴생명체가 실험실에 들어오고 일라이자는 학대받는 '그'에게 다가가게 됩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꽃이 되듯이 괴물은 일라이자와의 교감 속에서 '그'가 되고 두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그야말로 사랑의 기적인거죠. 여기까지만 해도 감동인데 제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은 일라이자의 용감한 행동 때문입니다. 일라이자는 학대받는 '그'를 구하고 그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해주겠다고 결심합니다.


이 황당 무모한 계획을 말리는 자일스에게 일라이자가 던지는 한마디는 제 가슴을 크게 울렸습니다. “우리가 그를 구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닌 거잖아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가 마음에 남더군요. 첫째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감정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함은 물론이거니와 반드시'상대방의 행복을 위한 적극적 실천'이 따라야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인간관계가 다양하고 많다고 해서 좋은 것도,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일라이자의 옆집 친구 자일스와 직장 동료 젤다가 보여주는 우정도 참으로 크게 보였으니까요.


자일스, 젤다 모두 사회적 약자지만 그들의 훌륭한 품성과 인간애는 그 어떤 조직적 힘보다 큰 힘을 발휘합니다. 그런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일라이자야말로 뿌듯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나이까지도 진정한 사랑의 실천을 해보지 못한 저는 반려견 프로그램이나 '쉐이프 오브 워터'와 같은 좋은 영화를 통해 조건 없는 마음, 지극한 정성, 끝까지 책임지는 신의를 배웁니다. 퇴직 후에는 꼭 반려견과 함께 하고 싶다는 거창한 꿈을 키우며 그때까지 조금이라도 사랑을 알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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