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장차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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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장차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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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02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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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⑮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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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은 원불교가 열린 날이다. 요즘 원불교 익산 총부를 비롯하여 전국 각지 교당에서는 이 날을 기념하여 여러 가지 봉축행사들이 진행 중이다. 한 지인과 함께 원불교 총부순례를 하게 되었다. 그 분이 정문에 붙은 '모두가 은혜입니다'라는 문구를 보며, “원불교 열린 날에 '상생·평화·통일'이라는 말과 함께 지금 이 시대에 참 좋은 말씀인 것 같다.”고 말한다. 만약 대종사가 이 분의 말씀을 들었다면 어떠했을까? 어쩌면 당신이 연 원불교에 대한 따뜻한 호감보다는 간절한 호소로 들리지는 않았을까?


어느 날 공자에게 제자 자장(子張)이 물었다. “어떻게 하여야 통달(達)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공자가 물음을 듣고 자장이 생각하는 통달이란 무엇인지 되묻는다. 이에 자장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나라에 있어서도 반드시 소문이 나며 집안에 있어서도 반드시 소문이 나는 것입니다. ”이에 공자는 자장이 말하는 것은 소문(聞)이지 통달(達)이 아니라고 말하며“통달한 사람이란 바탕이 곧고 의리를 좋아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가만히 살피고 얼굴빛을 관찰 하며, 사려 깊게 몸을 낮추는 것이니, 나라에 있어서도 반드시 통달하며, 집 안에 있어도 반드시 통달한다. 그러나 소문만 요란한 사람은 얼굴빛은 어진듯 하나 행실이 어질지 못하고, 자신의 행실에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 것이니, 나라에 있어도 반드시 소문이 나며 집 안에 있어도 반드시 소문이 난다.”(『논어』,「 안연」) 라고 가르친다. 주자의 해석에 따르면 여기서 말하는 통달이란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의 덕(德)을 믿어서, 무엇을 행하든지 얻지 못함이 없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공자는 실지에 힘쓰지 않고 오로지 이름을 구하여 결국 헛된 명예만 높고 덕이 병든 것을 지적한 것이다.


원불교 열린 날은 대종사가 오랜 구도 끝에 깨달음을 얻은 날이다. 대종사는 22세 때부터 자신의 의심을 풀어줄 산신이나 스승을 만날 생각을 차차 단념하고 '이 일을 장차 어찌할꼬?'라는 한 생각에 점점 깊어졌다. 25세 때 부터는 이 생각마저 잊어버리다가 1916년 26세에 대각을 이루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대종사는 다시 한 번 '이 일을 장차 어찌할꼬?'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깨달음 이후에 자신의 눈앞에서 장차 파란고해에 헤매이게 될 일체생령들의 고통을 여실히 보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지인의 호감이'꼭 그런 세상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호소로 들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원불교 열린 날의 의미를 대종사 22세 때의 '어찌할꼬?'에서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공자의 말씀처럼 원불교가 이름이나 구호만 요란한'소문'이 아닌 세상에 은혜의 덕을 널리 베푸는 '통달'을 얻기 위해서는 실지에 힘써야 한다. 우리가 힘써야 할 실지는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교법의 현실구현'일 것이다. 경산종법사도 올해 대각개교절 법문을 통해 교법을 바로 알아서 실천하는 능력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이 교법 속에는 대종사 22세 때의 '어찌할꼬?'에 대한 해법뿐만 아니라 26세 때의 '어찌할꼬?'에 대한 비법 또한 담겨져 있다.


이에 대산종사는 “우리가 기념한다는 것은 무엇을 기념하는 것인가? 그것은 기록 기(記)자 생각 념(念)자, 즉 잊지 않아야 될 것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다시 생각하여 우리의 폐부 속에 스며들게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각개교절의 기념을 통하여 대종사님께서 통하신 모든 이치를 체득해서 그 분의 분화신이 되고, 알뜰한 제자가 될 것이며, 부처님의 정전심인(正傳心印)을 바로 체 받아서 그 법을 계승하고 전속시키며, 영원히 이 우주에 빛나게 할 결심을 하는 데 더욱 큰 기념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씀한다.


누구나 상생·평화·통일을 염원하지만 직접 만들어 내는 사람은 드물다. 그 진리적 사명을 대종사와 그를 따르고자 하는 우리가 스스로 맡아 지고 있는 것이리라. “이 일을 장차 어찌하긴? 내 법대로만 철저히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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