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 이런 마라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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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 이런 마라톤은 없었다
  • 관리자
  • 승인 2018.08.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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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깐수(甘肅)성에서 보낸 편지 | ②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정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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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동북, 남동, 서남의 고기압에 의해 찜통더위에 휩싸여 있다. 꼭 한반도가 고통받고 있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그것은 좁게는 분열, 갈등, 멸시의 감정이며, 넓게는 국가, 자본주의, 과학이라는 칼날의 양면 같은 호모사피엔스가 발명한 문명이다. 이러한 부조리로부터 벗어나 인류 전체의 행복과 평화를 위한 새로운 정신문명이 원불교로부터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세계의 정의와 평화를 구현해 낸다면 종교의 참된 역할은 물론 진정한 세계종교로 우뚝 설 것이라고 본다.


시안(西安)과의 시차는 한시간. 현지 시간으로 11시 20분에 도착했다. 그리고 로컬 비행기를 타기 위해 환승 수속을 했다. 그리고 약 1시간 30분쯤 걸려 황량한 벌판에 건설된 장예(張掖) 비행장에 도착했다. 도착 후 얼마 안 있어 강명구(진성) 교도를 도우며 봉고차를 몰고, 모든 일정을 함께하는 길림성 출신 조선족 동포인 장용 선생님이 공항에 왔다. 인사를 나누고 공항을 나와 장예로부터 서쪽으로 1시간가량을 고속도로를 달렸다. 길가에는 포플러 나무들이 가로수로 우뚝 서 있으며, 그 뒤로는 옥수수 밭이 한없이 펼쳐져 있다. 장예모 감독이 공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붉은 수수밭'이 생각났다. 일본제국주의가 중국에서 만행을 저지르는 가운데 여전히 전해오는 중국의 부조리한 슬픈 전통. 비록 붉은 수수밭은 아니지만 열연하는 공리의 얼굴이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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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시골 들판, 강명구 평화마라토너도 이 길을 뛰고 있다. 그런데 장용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그저 편안 여정, 안전한 여정이 아님을 새삼 알게 되었다. 우루무치에서부터 47일 째 합류한 이 분 말씀에 의하면 시골에는 잘 곳도 없어 힘들었다고 한다. 큰 도시와는 달리 외국인에게는 방을 내주지 않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밥을 사먹을 곳이 없어 아침을 때우지 못할 때도 있었으며, 전날 점심이나 저녁때 남은 것을 먹고 떠날 때도 있었다고 한다. 에어컨이 없는 곳도 많다고 한다.


평화마라토너가 왜 이런 어려움을 감내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뛰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평화와 통일이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강명구 선생님은 마라톤으로 몸소 체험하면서도 그 고통으로 잉태한 희망과 용기를 우리에게 주기 위한 것이다. 편한 길이었다면 대충 결심하고, 대충 뛰었을 것이다. 역사는 그렇게 오지 않는다.


이 계획대로라면, 8월말 쯤 베이징(北京), 9월말쯤 단둥(丹東)에 도착할 예정이란다. 10월에 북한입국허가를 받으면 그곳으로 들어갈 예정인 것이다. 우루무치에서 여기까지 1,800km를 달렸다고 한다. 단둥까지는 2,600km를 달릴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 전체는 약 5,000km에 해당한다고 한다. 강명구 선생님이 미국 대륙 5,000km를 횡단한 것과 거의 맞먹는다. 헤이그에서 광화문 까지는 약 만 5천km라고 한다.지금까지 이러한 마라톤의 역사는 없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임제(臨濟)에 도착했다. 아니 선불교의 스승인 임제의현(臨濟義玄) 선사의 이름과 같다. 이곳이 그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드디어 강명구 선생님이 오늘 일정을 마치고 쉬고 있는 임제 호텔이다. 선생님이 2층 창문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기다리신 것이다. 로비까지 나오셨다. 서로 부둥켜안았다. 건강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기력이 많이 쇠퇴한 것 같다. 연세가 60이시니 이건 기적이다. 벌써 10개월째, 매일 4-50km를 뛰는 것이 가능한가. 젊은 사람도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선생님이 품고 있는 평화에 대한 갈구가육체를 넘어설 수 있는 강인한 동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지구의 평화가 기적처럼 다가오기를 몸으로 행동하고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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