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논단 | 21세기 원불교의 젠더문제(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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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논단 | 21세기 원불교의 젠더문제(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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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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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월(성순) 교도(화정교당, 서울대학교 종교문화연구소)

김성순(사진교체).jpg

3. 소수자차별문제: 그는왜교무가되지못했나(2)

또한 이 의제는 교역자뿐만 아니라 교도들과 타종교 네트워크까지 논의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무들이 수용한다 하더라도 교도들이 반발하면 앞으로도 성소수자는 교무로서 활동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국내에서 활동하기 힘들다면 미국에 있는 원불교 선학대학원에서 교무 교육을 받고 미주 교구 내에서 활동하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안 역시 어느 여성교무가 생각해 낸 것이다. 이는 국내의 여전한 보수성으로 인한 논쟁과 비난에서 잠시 벗어나 설득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중간지대로서 해외교구가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4. 정토문제: 교단내의또다른소수(1)

이 장에서는 원불교 남자교무의 부인인 정토(正土)들에 대한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처음에 다각도의 시각을 반영하고자 정토 한 명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는데 의외로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많은 내용들이 나와서 대상자 수를 네 명 까지 늘렸다.


정토들 중에도 60대 이상은 이미 체제에 적응이 돼있어서인지 교단과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30-40대 초반의 정토는 상당한 정체성의 혼란과 신앙생활의 회의감을 겪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정토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불만은 역시 보통의 가정처럼 일상을 영위하기 힘든 교무의 생활에 대한 부분이었다. 여기에는 교무에 대한 처우와 교단 내 비합리적인 문화에 관한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첫 번째는 남자교무가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30대 정토의 남편인 교무세대는 대부분 부교무로서 주임교무를 상관으로 모시고 교당 혹은 원불교 기관에서 복무한다. 교당에 복무하는 남자 부교무의 경우 주임교무가 협조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 않으면 1주일에 한 번 집(私家)에 들르는 것도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주임교무가 여자교무인 경우에는 결혼생활을 하는 남자 부교무와 정토들이 더 조심스럽게 처신해야 하는 것이 교단 내의 암묵적인 룰(rule)로 되어 있다.


남편이 주임교무 눈치를 보며 어렵게 사가에 오더라도 그동안 교당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 때문에 본인도 심신을 가누기 힘든 상태라 가족을 배려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정토들의 하소연이었다. 심지어 정토로서의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는 60대 정토도 교무가 가족과 함께 교화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정토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문제는 교무들의 월급이라 할 수 있는 '용금'의 액수가 현실적으로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결혼한 남자교무가 교당에 근무하는 경우에는 월 120만원 정도를 받게된다. 기관에 근무하는 교무들의 급여액은 이보다 훨씬 많지만 수령액 중에서 일정 비율을 의무성금으로 교단에 환급하는 형태로 교당 근무 교무와의 형평성을 조절한다. 기관에 근무하는 정남·정녀는 의무성금 요율이 40%, 기혼한 남자교무의 경우에는 20%로 적용되며, 교당에 근무하는 교무는 의무성금이 없다. 이러한 용금 체계는 아이까지 있는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많이 부족한 액수여서 결국 정토가 생계는 물론 늘 교당에서 복무해야 하는 남편을 대신하여 육아까지 떠맡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이는 교단이 교무의 생활을 책임지는 문제를 정토에게 일정 부분 떠넘기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겨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고 싶어도 교무라는 위치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교무들만을 위한 교단 내 상담소 설치를 원하는 정토도 있었다. 또한 선배 혹은 상급자인 여자교무가 후배교무의 결혼생활에 조언 내지 교육하는 방식으로 개입하는 경우도 있으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지도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히는 정토도 있었다.


아래 인용문은 주임교무에게 지나친 권한을 부여하는 가부장적 교단문화에 대한 분노와 절망을 담고 있는 정토의 심정을 잘 대변하고 있는 구절이다.


“최저 임금도 안 되는 저임금에, 시간활용과 운신의 자율성도 없고, 그렇다고 제생의세 활동을 맘껏 하도록 열어주지도 않는 폐쇄적인 문화의 구조에서 부교무님들이 받는 스트레스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소위'사가'가 교무들이 밖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다 받아 내야만 하는 쓰레기통은 아니잖아요…. 제생의세 활동에서 정토들은 그 범주에 들지 않는 사각지대 취약계층 인가봅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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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8448

2.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8619

3.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8801

4.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9002

5.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9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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