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랜드마크, 중구교당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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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랜드마크, 중구교당 ①
  • 정지수 객원기자
  • 승인 2019.02.14 14:09
  • 호수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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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울 교화지형을 그리다

 

중구교당 전경.jpg

중구교당은 낡은 교당을 리모델링하여 1층에 무인 스터디 카페를 만들면서 지역사회에 교당 문을 활짝 열었다.

'충무로'라는 글자를 보면 영화와 인쇄가 생각난다.

충무로는 한국 영화계의 핵심지역으로 유명해진데다, 각종 영화사 주변에 들어선 인쇄소들 덕분에 인쇄골목이라고 불리며 그 정체성을 확고히 해나갔다.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을 나오면 대한극장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영화와 인쇄만으로 그 설명을 끝내기엔 아쉬운 게 많은 곳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필스트리트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던 식당 골목이 젊은이들의 발길을 이끌고, 불과 10분 거리인 남산골 한옥마을과 근방의 서울남산타워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넉넉잡아 5~10분이면 도착할 동국대학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직장인과 학생, 심지어 관광객들에 이르기까지 유동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충무로에 놀러가면 이토록 발 닿을 곳이 많다. 하지만 이 골목 사이에 우뚝 선 일원상을 발견한다면, 다른 어느 곳보다도 반갑게 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충무로역 1번 출구에서 불과 5분 거리. 언제나 환하게 불이 밝혀진 원불교 중구교당이 이곳, 서울의 중심 중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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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으로 교화 시설 변화

충무로와 역사를 함께해 온 중구교당은 작년 50주년을 맞이했다. 긴 역사만큼이나 노후화되었을 교당 시설이 아쉬움을 딛고 새로운 도약을 한다. 출·재가 교도들의 염원을 모아 교당 전체 개축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신축 공사에 비해 경제적·정신적 부담감이 덜하다는 장점과, 서울의 중심지에 위치한 교당으로서의 지리적 이점을 적극 고려한 선택이다.

“서울의 중심이라는 건 어디서나 인접할 수 있다는 의미잖아요. 누구든 드나들기 자유로운 그런 교당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원기102년 김은경 교무의 부임 이후, 중구교당 교도들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세 가지의 교화 방향으로 합의를 도출했다. 중심지 교당으로서의 역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당, 동국대와 함께하는 교화가 바로 그것.

“예전처럼 다가가는 교화로는 시대적 여건이 안 맞아요. 비교도들이 원불교를 찾아오게 하려면, 접근성이 좋아야 하거든요. 교화시설을 트렌드에 맞게 바꾸고, 활용을 다양하게 한 거죠.” 김정석 교도회장의 말마따나 중구 필동은 상업 지구. 주거시설보다는 회사와 학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리모델링 역시 그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었다.

원기103년 3월18일에 개축 봉불식을 마친 중구교당의 회색빛 외벽은 세련되고, 1층 카페의 통유리 또한 시원시원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리모델링을 하는 동안 교당이 위치한 골목 보도블록이 교체됐고, 주변 상가들도 간판을 깔끔하게 바꿨다. 인쇄 먼지가 날리고 지저분하던 골목에 아기자기한 상가 들이 들어서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거리의 분위기를 선도한 셈이다.

깔끔하게 변한 건물을 따라 교당 분위기가 달라진 건 당연지사. 원기104년 1월1일에는 90여 명이 넘는 교도들이 가족과 함께 교당에서 새해를 기도로 맞이했다. 누구나 데려오고 싶은 교당으로 발돋움한 순간이다.

리모델링으로 인해 교도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잠자던 교도들을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일원 가족 신앙공동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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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함께한 열린 교당

분위기가 달라진 교당은 지역사회에도 그 문을 활짝 열었다.

본관 4층의 교무 생활관을 청소년관으로 옮김으로써, 건물의 활용도를 높인 것. 이 자리에는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가 둥지를 틀었다.

또한 2층 공간을 터서 만든 소법당과 주방은 보다 넓게 탈바꿈했고, 3층 대법당엔 대관을 염두에 둔 스크린과 음향장비가 설치됐다. “무선 마이크를 다섯 개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다, 스크린을 내리면 불단이 가려져 다양한 용도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실제로 리모델링 완료 후 작년 하반기에만 10여 차례 넘게 대관했고, 올 1월에는 북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또한 추후 시민단체에서 열리는 강좌나 총회를 위한 대관 예약이 되어 있는 상태라고.

김 교무는 이것이 공간을 활용하려는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기도나 법회 행사 외엔 사용될 일이 없던 법당이 평일에도 활용됨으로써 교당 건물 전체가 활기를 띠게 되었다. 또한 누구라도 대관을 원하면 언제나 문은 열려 있다.

아울러 소법당은 직장인들을 위한 선 명상 센터로 구상 중이다. 4월부터 점심시간마다 열 계획이라는 게 김 교무의 설명. 지역 특성을 적극 고려한 활용법이다. 게다가 일요일에도 소법당은 북적북적하다. 성동교당의 법회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한 지붕에서 더불어 사는 두 교당의 교도들은 원기 104년 1월27일 처음 만나 서로를 환대했다. 김 교도회장은 “우리 교화 공간에 도반이 와서 법회를 보는 거잖아요. 하나의 법으로 모여드는 것 같아서 바람직하고, 젊은 교도들이 모이면서 새로운 교화의 장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법회는 각자 소법당과 대법당에서 진행하지만, 4축2재나 정기훈련 등의 큰 행사는 함께 하기로 했다니 그 시너지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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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교무(오른쪽)

≫다음호에 계속

취재=정지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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