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기후변화 우·숲·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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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기후변화 우·숲·다
  • 조은혜 교도
  • 승인 2019.03.29 11:41
  • 호수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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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16세 소녀 그레타 1인 시위
청소년 기후변화 대책마련 시위.

# 오래 전 어느 날
길을 걷기 힘들 정도로 사납게 몰아치는 모래폭풍 속에 날아가지 않도록 한손은 뿌리만 남은 나무 등걸을 단단히 잡고, 다른 한손은 부지런히 앞뒤로 움직이며 뭔가를 주워 담고 있는 남자. 흑백그림 속 나무를 심는 사람을 그렇게 처음 만났다. 사계절 눈비가 아쉬운 줄 모르게 내려주고, 철마다 갈아입는 옷처럼 새순과 꽃망울, 신록의 푸름이 되었다가 주렁주렁 달린 열매들과 울긋불긋 단풍으로 맘껏 색스러움을 자랑하는 풍경의 변화를 당연한 양 지켜보던 시절이었다. 흑백 애니메이션에서 몰아치는 모래폭풍은 ‘참 삭막하겠다’ 싶은 감상에 머물고, 손가락 한마디보다도 작은 씨앗들을 줍는 ‘나무를 심는 남자’의 삶도 ‘참 고단하겠다’ 정도의 연민이 스쳤을 뿐, 나와는 먼, 그림 속 이야기의 한마디일 뿐이었다.

# 며칠 전 어느 날
오후5시 무렵이면 사무실 곳곳에서 ‘삐~’ 하는 경고음과 함께 ‘빨간 나팔’의 긴급재난문자가 도착한다.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로 승용차 이용을 자제할 것과 실외활동을 금지하고 마스크 착용을 당부한다는 것. TV에서는 “갑자기 인왕산과 서촌이 사라졌다”며 온통 뿌연 먼지로 뒤덮여 앞이 보이지 않게 된 서울시내 풍경사진과 함께 “끔찍한 풍경 납치범을 잡아달라”는 제보가 있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오래 전 흑백영화 속 모래폭풍이 사납던 어느 풍경보다 더 짙은 잿빛 먼지로 뒤덮인 도시를 마스크에 갇힌 무표정한 사람들이 유령처럼 거닐게 된 서울에서, 나는 살고 있다. 흙먼지하나 날리지 않도록 꼼꼼하게 포장된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으로 뒤덮인 서울에서는 어느 누구도 허리를 굽혀 주워 담을 씨앗 하나 떨어져 있지 않다.
 

등교거부.
봉도청소년수련원 둥근숱밭 만들던 날.

# 우리는 숲입니다
미세먼지, 폭염, 기후재앙이 우리 삶을 뒤흔드는 요즘,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는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의회 앞에 나가 1인 시위를 한다. 지구온난화로 미래가 사라지고 있는데 ‘모두의 책임이라며 누구도 행동하지 않는’ 것을 걱정만하고 있을 수 없어서다. 그레타의 1인 시위는 6개월 만에 전 세계 1,700여개 지역 청소년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행동으로 성장했다. 지난 3월15일 ‘미래를 위한 금요행동’부터 우리나라를 포함, 105개국 청소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기후변화 대응을 벼락치기 시험공부 하듯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느냐”며 지금, 어른들에게 알려주는(To give adults an education) 행동(실천)을 시작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맑은 물, 깨끗한 공기, 푸른 자연환경, 너무도 당연하게 우리 곁에 있었지만 시나브로 사라져버린 것들부터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로 미세먼지를 피하는 대신 서울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42%를 흡수해줄 숲이 되어보면 어떨까. 동네 앞 자투리 땅에 먹을 수 있는 숲밭을 만들고 우리가 숲이 된다면. 지금 당장, 투박하게 덮어버린 시멘트를 걷어내고 그 밑에 숨어 있던 흙과 풀이 있는 땅 찾기에 나선다면. ‘미세먼지, 온난화, 기후변화 우습다’고.

조은혜 교도 / 원불교환경연대

[03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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