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무서운 줄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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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금 무서운 줄 알자
  • 한울안신문
  • 승인 2019.04.18 22:10
  • 호수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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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 전종오 교도

언젠가 저축은행의 부실화와 감독기관의 총체적인 부정으로 우리 사회가 크게 경악한 가운데, 감독기관의 고위 공직자가 한강에 투신을 시도하는 불행한 사태까지 발생했었다. 이처럼 커다란 부정이 연루된 사건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공적(公的)인 것과 사적(私的)인 것의 경계에서 갈등을 자주 겪는다. 그런데 이 ‘公’과 ‘私’의 영역은 개인의 판단 기준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보통급에 나온 ‘연고’가 개인의 근기에 따라 달라지듯이 공과 사의 구분도 ‘내로남불’이 될 수도 있다. 자기가 사용하면 공금의 범위가 넓어지고 타인이 사용하면 사적인 것으로 생각되기 쉽다.

30여 년 전 필자가 은행에 입행해 서무주임으로 일할 당시 부장님은 당시에도 상당히 큰 금액의 축의금과 부의금 봉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그 돈을 마련하느라 무척 힘들었다. 공식적인 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그 돈이 공적으로 쓰이는지 사적인 용도로 쓰이는지 관심 갖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점차 의식이 바뀌면서 은행 간부들이 직원들의 경조사비로 지출할 때도 공과 사를 구분하다가 요즘에는 공금으로 경조사비를 처리하는 일은 거의 없다. 명절이 되면 임원급 이상에게 값비싼 선물을 하느라 공금을 사용하는 간부들도 상당수 있었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점차 사회적 의식의 선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엔 공금 무서운 줄 모르고 자기 돈처럼 쓰는 사람들이 많다. 사비를 내지 않고 회비를 사용하는 모임이나 직장 회식 시, 필요 이상의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배가 부른데도 음식을 추가로 주문해, 먹지도 못하고 그대로 남기는 음식이 테이블마다 상당할 때가 많다.

아직도 지구상에는 굶주려 죽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큰 죄악이 아닐 수 없다. 개인 돈은 중하고 공금은 아낄 줄 모르는 사고가 결국 공금을 횡령하는 범죄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 마치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는 것처럼 자기가 죄를 짓는 줄도 모르고 죄짓는 데 익숙해지는 것이다. 공중목욕탕에서 물 아까운 줄 모르고 쓰거나 공중화장실에서 휴지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도 공금을 함부로 쓰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보통급 십계문에서 공금을 범하여 쓰지 말라고 가르치셨고, <예전>‘통례편’에 보면 공중과 공용에 대하여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공금은 더욱 절용할 것이며, 또한 범하여 쓰지 말 것이요.”, “公家에서 무고히 놀고먹지 말 것이요.”, “남의 소유나 공공 소유물을 항상 나의 소유같이 아낄 것이요” 등이다. 특히 대종사께서는 공중에 빚을 지는 것을 큰 죄악으로까지 간주했다. 필자가 무지해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세계의 수많은 종교 중에서 공금을 범하여 쓰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가르치는 종교는 없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국책사업을 수행할 때나 은행원들이 대출심사를 할 때, 모두 공금이라 생각하지 않고 자기 돈처럼 생각하고 일을 추진한다면 우리 사회가 많이 바뀌지 않을까. 은행원들이 대출심사를 할 때도 내 돈을 빌려준다고 생각하고 사후관리를 한다면, 대출심사나 관리에 훨씬 신중해질 것이고 그만큼 부실대출이 줄어들 것이다. 필자가 정부 사업 추진 관련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도 공금 사용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낀 적이 있다. 연말 가까이 되어서도 정부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을 때, 예산 소진을 위해 지원하지 않아도 될 대상에게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 예산을 아껴 다음해에 꼭 필요한 부분에 지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예산 집행 업무의 성격상 그렇게 하기 어려운 실정인지도 모른다.

“공금을 범하여 쓰지 말라”는 계문을 지키는 원불교 교도가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가 더욱 공정해지고 바른 방향으로 변혁될 것으로 믿는다.

 / 분당교당, 건국대 겸임교수


[04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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