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종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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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종교인
  • 박세웅 교무
  • 승인 2019.05.22 15:42
  • 호수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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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무의 유림산책 40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되냐 안 되냐를 이잡듯이 해 봐야 한다.”

원불교에서 유무념 시계와 계수기가 개발돼 총부예회 중 대중에게 홍보한 적이 있었다. 좌산상사(당시 종법사)는 총부예회 석상에서 이를 너무나 기뻐하며 대중에게 실천을 독려했다. ‘유무념’이란 원불교의 상시일기법 중의 하나로, 하자는 조목과 말자는 조목에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는 주의심’을 가지고 한 것은 유념이라고, 취사하는 주의심이 없이 한 것을 무념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일의 결과를 계교하지 않고 그 주의심을 놓고 안 놓은 것으로 번수를 계산하지만, 공부가 깊어 지면 일이 잘되고 못된 것으로 번수를 계산한다. 유무념시계와 계수기는 그 번수를 사실적으로 체크하도록 도와주는 기계이다.

스승이 앞서 이렇게까지 시계와 계수기를 개발하게 한 뜻은 무엇일까? 그로부터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뜻대로 이잡듯이 실천해 보고 있는가? 총부의 한구석에 상자째로 먼지와 함께 쌓여 있는 유무념시계를 보면서 드는 슬픈 감상이다.

자로(子路)는 공자의 제자 중 최연장자였다. 그는 용맹스럽고 직선적이며 다소 성급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거친 성격 때문에 <논어> 속 자로는 공자의 제자라기보다는 친한 친구이면서 가장 엄격한 비판자로도 비친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공자의 사랑을 받은 제자였다. 그 이유는 아마도 ‘좋은 말을 듣고 아직 미처 실행하지 못했으면 행여 다른 말을 들을까 두려워했던’ 자로의 실천정신에 있을지도 모른다(<논어> ‘공야장’ : 子路는 有聞이요 未之能行하여선 唯恐有聞하더라). 만약에 자로가 원불교 교도였다면 ‘종법사의 새해 신년법문을 아직도 다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각개교절 법문이 나왔으니 이 법문을 언제 다 실천해 본단 말인가!’ 하고 한탄했을 것이다. 종법사의 법문이 나오면 먼저 시빗거리로만 삼으려고 하는 몇몇 사람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씀이 아닐 수 없다.

공자가 당시의 주세성자로 법을 낸 이유는 모든 인류가 다만 인(仁)을 알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을 실천하게 하려는 데 있었다. 따라서 자로가 공자의 법을 그대로 실천하고자 노력한 것은 결국 공자의 본의를 받드는 일이 된다. 공부의 목적은 실행에 있다는 대종사의 본의요, 태조사법에 이어 시계와 계수기까지 개발한 스승의 본의가 아닐까? 이것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를 천여래 만보살의 대열에 들도록 한 스승의 대자대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교화가 멈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천이 멈춘 것인지도 모른다.

대산종사는 실천하는 참된 종교인이라야 온 인류의 바른 길잡이가 된다고 했다. 실천하는 자가 참된 종교인이며, 참된 대종사의 제자이다. 이에 전산종법사는 예비교무들을 위한 훈증의 자리에서 “우리가 거짓된 종교인이 아닌 참된 종교인이 되려면 실천을 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실천하는 참된 종교인이 돼야 한다. 그래야 온 인류의 바른 길잡이가 될 것이다. 대산종사께서는 ‘중용의 대의’에서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즉 ‘도를 닦는 것이 가르침’이라고 했다. 내가 말로 남에게 권면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무엇 하나라도 하고 있는 것이 가르치는 것이다”고 말했다. 참된 종교인을 지향하는 우리가 명심해야 할 바라 여겨진다.

“수도인의 일과로 평범하게 누적된 실천의 시간들이 특별한 서원종자를 만들어가는 오늘이 되기를 염원합니다.”(심우(心友)로부터)

박세웅(성호) HK교수 /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박세웅(성호) HK교수 /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5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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