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오만의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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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과 오만의 부메랑
  • 이여진 교도
  • 승인 2019.07.03 00:38
  • 호수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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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이여진 교도

[한울안신문=이여진 교도] 이것은 배추를 절이는 천일염에도 들어 있다. 매일 쓰는 수돗물에서도 발견된다.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바지락이나 조개에서도, 생선의 내장에도 들어 있다. 그러니 언제든지 우리 몸에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공기 중에도 떠다니고 있으니 우리들 호흡기에도 쉽게 침입이 가능하다. 이것은 무얼까? 바로 미세 플라스틱이다. 최근 연구 발표에 따르면, 우리가 매주 5g씩이나 이것을 먹고 있다니, 놀랍다. 5g이면 신용카드 한 장과 맞먹는 양이 아니던가.

플라스틱은 1930년대 영국에서 처음 개발됐다. 그 후 유리, 나무, 철 등의 소재를 압도적으로 대체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플라스틱만큼 다양하게 만능으로 쓰이는 소재가 또 있을까? 탄력성, 유연성, 내구성이 탁월해 우리가 원하는 용도로 변형이 가능하고 각종 생활 소재로 꾸준히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 문을 열면 보이는 말랑말랑한 마요네즈통부터 단단한 자동차 내장재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널려져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이러한 플라스틱 제품이 잘게 부서지면서 만들어진다. 연간 800만 톤이 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버려지고, 이것은 걸러지지 않은 채 바다와 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이런 플라스틱을 태양의 자외선은 5mm 미만까지 잘게 분해시킨다. 새들은 바다 위를 날아다니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이 미세 플라스틱이 물고기 알인 줄 알고 잽싸게 낚아챈다. 또 비닐봉지가 해파리인 줄 알고 덥석 입에 문다. 호주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모든 바닷물고기의 99.8%가 미세 플라스틱을 먹게 된단다. 그렇다면 이런 물고기를 먹고 사는 인간의 몸은 어떻게 될까?

미세 플라스틱은 처음부터 미세하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 쓰는 세안제나 치약 등에 들어 있다. 피부 각질을 씻어 내거나 프라그를 제거하는 작은 알갱이가 그것이다. 150ml 제품에 무려 280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니 엄청나지 않은가. 이것은 물에 씻겨 바닷물로 유입되고 다시 여러 단계를 거쳐 맛있는 음식과 함께 우리 식탁 위에 오른다. 인간의 몸에 들어온 이것은 일부는 배출되지만 일부는 인체에 차곡차곡 쌓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서는 물로 씻어내는 제품을 만들 때 이것을 사용할 수 없게 했으며, 스웨덴에서는 화장품 제조에 ‘사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부터 화장품 제조에 미세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플라스틱과 관련해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땅에 묻어도 쉽게 분해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한번 쓰고 나서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점점 더 쌓여 간다는 것. 불에 태우면 환경호르몬이 나와 그 또한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 이제 삼천리금수강산이 아니라 삼천리 플라스틱 강산, 더 나아가 플라스틱 지구촌이 돼 자연은 숨도 쉴 수 없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다.

사실 예전부터 플라스틱 재활용이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자제에 대해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일단 편리함에 익숙해진 우리의 생활방식은 도덕적인 언사나 이벤트성 캠페인으로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사용하면 환경을 해치고 자연이 망가지며 결국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듯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만끽하면서 편하게만 살고 싶은 인간의 탐욕과, 자연이 주는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은 오만의 업보가 부메랑이 돼 우리의 턱밑까지 다가왔다. 언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지 모를 일이다.

쉽게 쓰고, 생각 없이 버렸던 습관에서 이제 적게 쓰고 재활용하는, 그래서 자연과 공생하려는 마음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제라도 쉬운 것부터 하나씩 시작하는 건 어떨까? 시장갈 때는 장바구니를 꼭 들고, 외출할 때는 가방 속에 텀블러를 챙겨 넣는 습관부터 말이다.

7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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