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선 무처선
상태바
무시선 무처선
  • 문현석 교무
  • 승인 2019.08.07 11:48
  • 호수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하! 원불교26
문현석 교무/ 번개교당

Q: 교무님, 선(禪)은 조용한 곳에서,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게 아닌가요?

우리가 흔히 선(명상)이라고 하면 조용한 산이나 법당에 가야 하는 걸로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초입자들에게 조용한 곳에서 하면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조용한 곳에서만 하고 시끄러운 곳에서 못하는 공부라면 그 공부는 반쪽짜리 공부요, 원만한 대도가 아니겠죠.

선 혹은 명상이란 단어의 의미는 ‘본래 성품을 떠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우리가 선을 하는 이유는 본래 성품을 찾아가기 위해서랍니다.

원불교에는 ‘무시선 무처선(無時禪 無處禪)’이라는 수행표어가 있습니다. 때와 장소가 없는 선을 하자는 공부법이죠. 제가 앞서 반쪽짜리 공부라고 한 것은 성품은 늘 함께 하고 있는데 조용한 곳에서는 하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못한다면 그것은 성품을 떠나지 않는 공부가 아니죠.

선은 이른 아침이나 밤에 조용할 때 해도 좋지만 현대인들은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선을 챙기기 힘들잖아요. 성직자들처럼 새벽부터 일어나 수행하는 것도 녹록지 않고요. 그런 사람은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버스나 지하철에서 명상을 하는 건 어떨까요? 저도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거든요.

사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조용하고 고요한 곳에서는 누가 선을 못해요. 산속에 가면 우리가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이 고요해지잖아요. 오히려 시끄럽고 정신없는 가운데 선을 해야 진짜 공부죠.

소태산 대종사는 조용한 곳이나 시끄러운 곳이나, 집이나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나 늘 성품을 여의지 않는 공부를 하라는 뜻에서 무시선 무처선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다보면 점점 성품을 떠나지 않는 순간이 늘어날 거고, 1년 365일, 24시간, 성품을 떠나지 않는 참 부처의 삶을 살게 될 겁니다.

8월9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