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떼, 포카라 너야버스티 마을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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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포카라 너야버스티 마을숲
  • 이태은 교도
  • 승인 2019.08.14 02:14
  • 호수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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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만큼 나무를 심자

8월1일 오전 7시, 포카라 너야버스티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험했다. 포카라교당 모시은 교무가 모는 지프차는 이리저리 흔들리며 깊게 패인 길과 널려있는 돌들에 채이며 마을에 도착했다. 포카라교당에서 걸어서 한두 정거장 되는 거리인 듯싶다.

지난해 너야버스티 마을사람들이 건물을 짓고, 포카라교당에서 교사와 운영비를 지원하는 어린이집이 개원한 뒤 모시은 교무님과 포카라교당 살림을 맡아 하는 아사는 일주일에 두세 번 너야버스티 마을을 방문한다. 평소에는 지름길로 걸어가는데, 나무심기에 필요한 물품들을 실어내느라 차로 너야버스티 마을에 들어섰다. 너야버스티 마을은 안나푸르나 봉우리들로 둘러쳐진 마을이다. 포카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설산과 구름 위에 솟은 봉우리들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적인 뷰(view)이다.

전날 포카라교당 태권도부 아이들과 커피나무 100그루를 심고, 예초 작업, 발전기 수리 등으로 진을 뺀 지원단(구동명·오광선 교무, 박지공 교도)은 200여 그루의 나무를 오전에 심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포카라는 지금 우기이다. 5~8월까지 비가 내리고,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건기이다. 안나푸르나 트래킹의 적기는 건기이지만 나무심기 좋은 때는 매일 비가 내리는 우기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지구숲을 만들기로 하고, 처음 떠올린 지역이 네팔 포카라였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인류 공동의 책임이다. 하지만 화석연료에 기반 산업화를 이끌었던 소위 선진국은 현재의 기후위기에 기여한 바가 개발도상국보다 훨씬 크다. 대응 능력도 더 많이 갖췄기 때문에 기후위기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캠페인은 한국이 산업화 과정을 거쳐 경제 대국 13위 선진국대열에 들어서는 동안 내뿜었던 이산화탄소만큼 산소를 만들어 내자는 천지보은 실천운동이다.

지프가 도착하자 어린이집에 있던 마을사람들이 하나둘 나온다. 어린이집 안은 전날 트럭에 실려 보낸 200여 그루의 나무들로 꽉 찼다. 밖에 두었으면 전날 밤 내린 비도 맞고 좋았을 텐데 굳이 넣었다, 뺐다, 번거롭겠다고 하니, 어린이집 교사는 “없어질지 몰라서요”라고 한다. 나무 한 그루에 1,000루피 정도 하니 그럴만하다. 어린이집 교사 월급이 6,000루피 우리 돈 60,000원 정도이다.

안나푸르나에 깃들여 사는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맑고 밝았다. 등교시간이 오전 10시여서 그런지 고사리 손들도 나와 외국인들을 신기한 듯 구경하고 나무심기에 손을 보탰다.

기후위기를 함께 넘어서기 위한 마을숲을 만들고 가꾸자는 다짐을 곁들인 인사를 나누고, 망고, 구아바, 리치트리, 파파야, 바나나, 아보카도, 배, 망고스틴. 보거떼 등 유실수 200여 그루를 심었다. 50그루는 어린이집과 마을 공터에 함께 심고, 150그루는 마을사람들이 한그루씩 가져가 집 공터에 심고 가꾸기로 했다. 마을 공터에 심은 나무들은 소가 뜯어먹는 것을 막기 위해 철망을 둘렀다. 기독교계 단체가 후원한 철망이란다.

포카라 시내 곳곳에 나무를 둘러친 철망 용도가 궁금했는데 소들의 천국, 힌두교 국가답다. 소로부터풀과 나뭇잎들을 보호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소똥을 물에 희석해 나무 위에 뿌리는 것이다. 소는 다른 소가 뜯어먹는 풀은 먹지 않는단다. 진흙을 잔뜩 뒤집에 썼다고 생각했던 나무들은 소똥세례를 받은 것이었다.

기후위기를 넘어설 공동 프로젝트 지구 숲 in 포카라 ‘서신-너야버스티 마을숲’은 숲 연원 1호이다. 서신교당이 너야버스티 마을숲을 지원한다. 물론 개인 후원자들의 몫도 함께이다.

너야버스티 사람들은 마을숲이 경제적 가치도 생산하길 기대한다. 부디 무럭무럭 자라, 마을사람들의 삶에 위안이 되고 지구를 구하는 숲이 되길 기대한다. 5년 뒤 너야버스티 마을숲에서 열릴 근사한 지구숲 잔치를 그려본다. 나마스떼.

취재=이태은ㆍ원불교환경연대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후원계좌) 우체국 010025-01-015977 원불교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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