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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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
  • 조담현 교도
  • 승인 2019.08.21 23:29
  • 호수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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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키오스크’, 우리말로 하면 무인주문기다.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등 햄버거 체인점에 가면 점원이 주문을 받지 않고 손님이 직접 키오스크라는 무인주문기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눌러서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인건비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대형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개인 식당에서도 점점 이러한 키오스크를 반영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 화면을 보고 음식을 주문하고 현금이 아니라 카드로만 결제해야 하는 이 시스템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다. 노인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얼마 전 인기 유튜버인 전남 영광군 출신 1947년생 ‘박막례 할머니’도 맥도날드에 가서 불고기버거와 콜라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키오스크 화면에서 불고기버거는 찾지 못하여 원하지 않는 다른 햄버거를 주문했고, 콜라는 화면에서 모양을 보고 주문했다. 그런데 막상 받아보니 콜라가 아니라 같은 검은 색깔의 커피였다. 박막례 할머니는 다시는 안 가겠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가는 식당’을 찾아서 보면 어떤 상황인지 실감이 난다.

이러한 박막례 할머니가 접한 현실이 이른바 노인의 디지털 소외현상이다. 컴퓨터 접속만으로 주민등록등본, 초본, 가족관계증명서를 어디에서건 무료로 출력해서 받을 수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내 은행계좌에 접속해 잔액확인과 이체를 순식간에 할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할 줄 모르는 노인들은 은행이나 관공서 창구에 직접 가야 되고, 막상 창구에 가면 창구직원들은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어 대기시간이 길어져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은행에서 종이통장을 발행받는데도 이제는 돈을 내야 한다. 식당에 가도 현금이 아닌 카드로 알아서 주문해야 한다. 이것을 못하면 돈이 있어도 음식을 사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최근 이러한 노인의 디지털 격차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실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위에서 말한 음식점 키오스크 주문법, 구청 서류발급, 인터넷쇼핑몰 상품 주문, 교통카드 결제 등에 대해 전문강사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현장실습을 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원불교 교도 중에도 노인층 비중이 높다. 교무 중에도 은퇴한 교무들까지 포함하면 노인층에 속하는 교무들의 비중이 매우 높다. ‘교육’하면 우리 원불교다. 일상수행의 요법 제7조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을 잘 배우는 사람으로 돌리자’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 교단은 많은 노력을 해왔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노인 디지털 소외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교육에 우리 원불교도 동참해야 한다. 우리 교도들의 불편을 해소시키는 것과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지식평등이 이뤄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노인교육을 같은 노인이 직접 강사로 하는 것이 그 결과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은퇴한 교무님이나 은퇴를 앞둔 교무님들을 교육자로서 나서서 노인교도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한다면 그 효과가 좋을 뿐 아니라 교화에도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한다.

송학교당 조담현 교도
사)평화와친구들 이사장

* 그동안 한울안칼럼을 연재해 준 조담현 교도님에게 감사드립니다.

8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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