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부르는 성가, 행복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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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부르는 성가, 행복한 마음
  • 전낙원 교도
  • 승인 2019.08.21 01:29
  • 호수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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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 불러요1
전낙원, 화곡교당
서울원음합창단 지휘자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어디에나 노래방이 넘쳐나고, TV방송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노래 잘 하는 사람은 참 많다. 한국 가수들이 전 세계를 재패하는 것도 이러한 국민성에 기인할 것이다. 돈 내고 들으려는 사람만큼, 돈 내고 부르려는 사람도 많다. 참으로 멋진 민족이다.

어느 장소에서나 사람들이 나의 신분을 알고 묻곤 한다.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할 수 있어요?” 심심치 않게 듣는 질문이다. 본인이 노래하는 사람이라 이야깃거리로 물어오는 분들도 있지만, 진심으로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방법을 꼭 알고 싶어서 묻는 분들도 또한 많다. 그저 가볍게 ‘ 자신감을 가지고 진심으로 불러 보세요’ 라고 말하곤 하지만 내심 되묻고 싶다. “어떤 노래가 잘 하는 노래일까요?”

노래를 전공하면서 오랜 세월 고민한 화두이다. 마치 ‘어떤 음식이 맛있는 음식인가요?’, ‘어떤 옷이 멋스러운 건가요?’ 같은 질문처럼 하고 싶은 말은 많아도 막상 딱 대답하기가 난감하다. 비가 오는 날은 김치전이 생각나듯이 잔잔한 발라드 노래가 좋다. 선방에 갈 때는 잘 빠진 양복보다 부드럽고 훌렁한 바지가 어울린다. 집에서 노래연습을 할 때 우리 어머니는 내 노래를 행복하게 듣지만, 옆 집 아저씨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했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서 스스로 나름 잘 했다고 생각해도 듣는 사람 취향에 따라 언제나 비평이 따른다. 관객에 따라,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잘하는 노래의 기준은 언제나 변화한다. 혼자서 부를 때는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만, 아무래도 누가 들어줘야 제격이다.

꼭 노래가 직업이 아닌 사람들도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를 일이 종종 생긴다. 그저 흥겹게 한 곡조 뽑고 웃고 박수치고 넘어갈 장소는 좋지만, 멋들어지게 부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장소와 관객이라면 여간 신경이 쓰인다.

그렇다면 교당에서 성가를 부를 때는 어떨까. 어머니들이 요리를 할 때 고민하듯, 마찬가지로 평생 고민이다. 교당에서는 우리가 불러야 할 성가를 때에 맞게 정해준다. 선곡된 성가를 반주에 맞추어 선창자를 따라 부르기만 하면 된다.

차려놓은 밥상이다. 듣는 사람이 이 노래를 싫어하지 않을까? 크게 부르면 시끄러워 하지 않을까? 걱정이 없다. 다 같이 부른다. 너무 행복한 세상이다. 부르다가 틀리면 어떡하지? 틀려도 경찰 출동 안한다. 익숙하지 않은 성가를 부를 때는 그저 듣고만 있어도 좋다. 가사의 뜻을 새기며 다른 사람들의 노랫소리를 듣다보면, 2절, 3절을 부를 때 기억나는 대로 조금씩 흥얼거려 본다. 노래 부르기에 이런 낙원세상이 또 있을까.

게다가 성가의 가사는 우리가 마음 깊이 공감하는 진리의 글이다. 몰입하기 위해 애써 감정을 잡을 필요도 없다. 그저 그 가사를 진심으로 음미하고 읽어내기만 하면 그만이다. 세상에서 노래를 가장 걱정 없이 부를 수 있는 곳이 교당이다.

노래는 다분히 본성적인 즐거움의 요소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나라에서 허용한 유일한 마약이 음악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법 동지들과 함께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성가를 듣고, 부를 수 있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감사한 일이다.

오늘도 교당에서는 성가를 부른다. 가슴을 펴고 감사한 마음으로 힘차게 불러보자. 함께 부르는 성가의 기운이, 그 울림이 우리의 마음을 행복으로 가득 채워 줄 것이다.

8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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