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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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의 빛과 그림자
  • 이여진 교도
  • 승인 2019.09.03 22:22
  • 호수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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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강남교당 이여진 교도
서울교사회장

“어쩌면 저렇게 노래를 잘할까? 저 정도면 큰 무대에 설법도 한데….”

음악 카페에서 무명가수의 노래를 접한 우리 일행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다. 세상에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단지 연이 닿지 않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이들이 꿈의 무대에 진출할 기회가 열렸다. 일반인을 상대로 거액의 상금 또는 상품을 놓고 노래, 춤과 다양한 재능을 겨루어 최고의 승자를 뽑는 프로그램 말이다. 특히 최근 송가인이라는 걸출한 트로트 가수를 배출한 종편의 ‘내일은 미스 트롯’은 무려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내면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와 비슷한 일반인들을 통해 느끼는 대리만족일 것이다. 그들이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TV 화면을 통해 지켜보면서 느끼는 기쁨.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미래가 현실화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데서 오는 희열이다. 그것을 보면서 영역과 분야는 나와 다를지라도 ‘혹 내게도 이런 기회가 올까? 라는 염원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특징이 있다. 시청자들은 적극적으로 방송에 참여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한다. 최종 승자를 시청자들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리얼한 현장감과 더불어 꿈을 향해 달려온 소시민들의 애잔한 삶의 이야기가 묻어 있다는 점이다. 최종 승자가 인생 역전하는 삶의 현장에 우리는 함께 울고 웃으며 같이 호흡하고 있다.

반면 방송 참가자들의 사생활이 여과 없이 노출된다는 것은 문제이다. 열악한 환경을 굳세게 이겨내고 감격스러운 우승을 했다는 감동의 스토리보다는 지나간 이런저런 일들이 남들에 입방아 오르내린다. 그래서 그런 당사자는 굳이 드러나지 않아도 될 불우한 가정사나 어려운 환경과 우승 트로피를 맞바꾼 느낌이 들지는 않을까? 참가자들의 땀과 열정보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긴장과 대립이 두드러지는 경우 시청자는 심적으로 지쳐간다. 그래서 좀 더 여유 있고 마음 편하게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방송사의 기획 의도가 지나칠 경우도 문제가 된다. 심사위원 중에 누군가는 여리디 여리기만 한 참가자에게 과도한 독설을 퍼붓는다. 경쟁 과정 중의 또 누군가는 유별스러운 행동 양식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의도적으로 연출된 상황이라면? 이를 알게 된 시청자는 마치 사기당한 기분마저 든다.

최근 모 오디션 프로그램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조사 중이라고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다른 무엇보다 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베끼기보다는 서로 간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대중적 트렌드에 질질 끌려다니는 기획이 아니라 앞서 창의적인 트렌드를 이끌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사와 연출자의 더 많은 성찰과 고민 그리고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9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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