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 박치, 맥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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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 박치, 맥주병
  • 전낙원 교도
  • 승인 2019.09.26 00:04
  • 호수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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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 불러요2

나는 수영을 참 좋아한다. 새벽에 수영하고 나서 그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몸에도 좋지만 정신이 맑아지고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생각들이 떠오르곤 한다. 살도 빠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수영하고 나면 평소보다 더 식욕이 동해서 활기차고 밝은 뚱보가 되고 있는 듯하다. 수영은 내 삶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운동을 하고 싶어하는 지인들에게 수영을 권해본다. 관절에 무리도 안 가고, 수영복, 모자, 물안경만 있으면 돈 들어갈 일도 없으니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이 나름 간절하다.

그럴 때 ‘나는 수영 못해. 맥주병이야, 난 물이 무서워’ 등등의 대답을 들을 때가 있다. 함께 수영을 즐기지 못한다는 서운함과 함께 살짝 의문이 생긴다. 그저 물에 들어가서 걷기만 해도 운동이 될 텐데, 조금씩 물과 친해지고 배우면 할 수 있을 텐데, 맥주병은 가라앉지만 사람 몸은 가라앉을 수가 없는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는 음악가다 보니 어디 가나 노래를 하고 음악을 배우고 가르친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으로 말하자면, 노래하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나의 몸과 영혼을 동시에 가사와 소리에 오롯이 담아내어 듣는 사람과 공감하고 감동을 넘어, 하나의 공간에 하나의 순간에 하나의 감성으로 일치된다. 한번 그것을 맛본 사람은 그때부터 노래를 안 하고는 살 수가 없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에게 권해본다. 함께 노래합시다. 같이 성가대를 해보시죠. 아름답고 거룩한 성가를 힘차게 같이 불러 봅시다.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다.

그럴 때 ‘저는 음치입니다. 저는 박치라서, 저는 노래 못해요’ 등등의 대답을 들을 때가 있다. 이것만은 내가 포기하기가 싫다. 아니, 포기할 수가 없다. 박치라는 분을 모셔놓고 외친다. ‘대~한 민! 국!’ 박치라 주장하던 그 분은 아주 정확한 박자로 ‘짝짝 짝 짝 짝!’ 박수를 친다. 단박에 박치가 아님이 증명된다. 함께 성가를 부를 수 있다는 희망에 행복하다. 자칭 음치라는 분들도 누가 노래할 때 음정이 틀리면 대번에 알아차린다. 음치가 어떻게 다른 사람 음정 틀리는 것은 알 수 있을까?

서너 살 어린이들이 유치원에서 다 같이 노래를 부를 때 그곳에는 음치, 박치가 없다. 모두가 노래를 부르고 듣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무엇이 그들에게 스스로 음치, 박치라고 구분 짓게 하였는지 그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숨을 쉬고 말을 할 수 있다면 누구나 노래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자칭 맥주병이라 부르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일단 물을 미워하지 마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수영을 했잖아요. 그저 물에 들어가서 걸어보세요. 천천히 물결을 느끼고 즐겨보세요. 물과 친해지세요. 물을 사랑해 주세요.

자칭 음치, 박치들에게 권하고 싶다. 일단 노래를 미워하지 마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었잖나요. 그저 노랫가사를 읽어보세요. 천천히 내용을 느끼고 즐겨보세요. 노래와 친해지세요. 노래를 사랑해 주세요.

성가는 아름답고 거룩한 진리의 가르침이다. 혼자 불러도 좋지만, 도반들과 함께 공감하고 함께 목소리를 뽑아내어 하나의 마음으로, 둥근 소리로 불러 볼 수 있다면,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커다란 행복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우리들이 부르는 성가의 그 소리가, 그 울림이, 그 기운이 온 세상을 가득 채울 날을 기대해본다.

9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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