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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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을 기다리며
  • 이화원 교도
  • 승인 2019.10.09 00:44
  • 호수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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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희망숲3

“교우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나는 선뜻 “친목이요”라고 대답하지 못한다. 친목이 공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답은 친목이다. 친목으로 다진 교우회 활동은 나를 원불교와 가깝게 만들었다.

나는 양심상 한 달에 한 번은 교당을 나가는 학생이었다. 재수하면서 열심히 기도했으니, 그 기도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나름의 노력이었다. 그게 티가 났나 보다. 한번 날린 공수표에 평소 침착했던 교무님이 화를 냈다. 나는 그 공수표와 화에 매여 한동안 교당을 나가지 않았다.

나에게 자유는 권리였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를 외치며 멀어졌다. 그 공간에서 만들어진 친밀함을 잊은 채 말이다. 게다가 대학 생활은 모든 것이 내 선택에 달려있었다. 정말 자유인 것이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난 선택의 연속에서 봉착한 고민을 공유할 만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연원회에 발을 딛었다. 대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다른 여러 학생들과 고민을 함께 공유할 교실을 갖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운이 좋게도 내겐 대강당 B05가 있다. ‘너의 고민은 그렇구나, 나는 이런 고민을 해. 나도 그런 고민을 했었고 이런 생각과 선택을 했었어.’ 동아리방에서 이뤄지는 장난과 이야기 속에는 이런 대화도 오간다. 연원회는 대학생들의 생각과 고민이 부담 없이 오가는 곳이다. 그렇게 서로가 친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은혜를 찾도록 지켜봐 주는 교무님이 있다. 이 모든 인연 덕분에 권리만 외치던 학생이 책임을 알게 됐다.

작게는 ‘오늘 점심 뭐 먹지’에서 시작해 크게는 ‘이 전공이 나와 맞는 것일까’ 하는 고민까지, 동아리방 안에서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유와 공유를 통해 성장해간다.

그런데 교리보다는 개인의 고민에 관심이 많은 우리가 도반일까. ‘나’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원불교의 울타리 안에서 연습하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는 곧 도반이 될 인연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이화원 교도
연세대원불교교우회
가락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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