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과 틀리지 않아요, 그저 다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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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과 틀리지 않아요, 그저 다를 뿐이죠
  • 박희세 교도
  • 승인 2019.10.23 00:02
  • 호수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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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3
증인(Innocent Witness), 2018/ 감독: 이한
주연: 정우성, 김향기, 장영남, 이규형, 염혜란

자폐소녀인 지우는 어느 날 우연히 가정부가 주인을 살해하는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 가정부 미란은 무죄를 주장하고 그것을 믿어준 죽은 주인의 아들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해준다. 그가 바로 민변 출신의 순호이다. 아버지의 병원비가 필요했던 그는 이번 사건을 통해 로펌에서 굳건한 자리를 차지하고자 한다. 그는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지우가 자폐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이용하려 한다. 순호는 지우를 반드시 법정의 증인으로 세워서 그녀의 증언이 신빙성 없는 것으로 만들어 무죄를 증명하려 한다. 순호는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지우와 만나 소통하면서 점차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지우의 모습에 자신감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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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한 살인 사건을 통해서 우연히 만나게 된 것처럼 보이는 자폐증 소녀와 엘리트 변호사가 그 만남이 둘에게는 필연적이었음을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남들과 달라서 언제나 외톨이가 되어 유일한 친구라고 여기고 있는 아이와 함께 학교생활을 하는 지우 그리고 한때는 정의와 신념으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궁색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제는 독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자신을 꾸짖는 순호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보여준다.

영화 속의 인물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보기에는 일반적이고 선하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고, 또 하나는 우리와 다른 것 같고 문제를 일으킬 것 같고 순응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전자는 가정부 미란, 집주인의 아들, 지우 친구 신혜 등이고, 후자는 자폐아 지우, 변호사 순호, 검사 희중 등이다. 이 두 그룹은 서로 대립하며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던 전자의 인물들은 극 후반으로 갈수록 숨겨뒀던 악의 본성을 드러내게 되고, 후자의 인물들은 우리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모든 편견을 무너뜨리고 그 감추어진 보석 같은 진실을 보여준다. 진실은 외면(모습)에 있는 것이 아니고 내면(마음)에 있으니 선입견이나 편견을 버려야 함을 보여주는 것 같다.

서로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지우와 순호는 서로의 진심을 느끼면서 각자 한 발자국씩 접근해가고 서로가 위로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현실을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다. 순호는 속물이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보여줬던 어릴 적 그가 꿈꾸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지우는 일반학교를 떠나 특수학교에 가게 되면서 그동안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지려고 애쓰던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세상을 향해 자신이 지금 여기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용기를 보여준다.

법정장면에서 지우는 그녀만이 가진 뛰어난 능력을 통해 자신이 목격한 것이 사실임을 순호의 도움으로 보여준다. 그 둘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 나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행동을 하거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 그것이 단지 다른 것이 아니라 있어서는 안 되고, 해서도 안 되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기고 멀리하려 하거나 비난하기도 한다. 대종사께서는 “이 세상에 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 말의 의미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내가 분별하여 쓸모없다고 버리려 하고 있음을 일깨우는 말이라 생각한다. 다르고 틀리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세상은 있는 그대로 은혜가 넘쳐나고 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순호를 향한 지우의 대사는 관객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눈에 당신은 어떤 사람이고 싶으세요?”라고 질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그러나 타인의 눈에 비친 당신의 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어떤지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10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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