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를 만들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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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대를 만들어 봐요
  • 전낙원 교도
  • 승인 2019.11.20 00:00
  • 호수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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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 불러요 4

요새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 따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해진다. 여러 가지 국물이 있지만 내 개인적인 취향은 진한 멸치육수로 끓인 잔치국수가 최고다.

국물이 유독 맛있어서 사람들로 늘 붐비는 국수집에 들를 때면 국물 맛의 비결을 묻곤 한다. 좋은 멸치, 다시마, 디포리, 만득이가루, 북어머리, 양파, 대파, 표고버섯 등 재료는 한도 끝도 없이 많을 것이다. 풍부한 재료를 가지고 깊고 화려한 맛을 자랑한다. 어릴 때 국수 타령을 하면 우리 어머니는 멸치만 넣고 몇 가지 양념으로 국수를 내어줬다. 비록 풍성한 재료는 없을지라도 맛있게 먹을 아들 생각에 정성으로 끓여주고, 나 또한 행복하고 감사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 멸칫국물의 따끈한 국수 한 그릇은 사랑과 행복이었다.

요새 소태산기념관에서는 원불교 합창단 연주회가 자주 열린다. 합창단마다 오랜 시간 열심히 연습해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인다. 성가, 가곡, 가요, 현 앙상블, 남성중창, 여성중창, 아름다운 드레스, 턱시도, 음향과 조명, 포스터, 팸플릿.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시간과 예산과 노력이 합쳐져서 풍성한 음악회를 선보인다. 바람직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여러 재원이 풍부하여 합창단을 만들어 연주회를 할 수 있는 교당에서는, 성가대를 조직하여 법회 분위기를 더욱 은혜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재원이 부족한 교당에서는 어떨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성가대를 만드는데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2명 이상의 단원, 반주자, 지휘자, 연습 장소이다. 일단 성가대원. 인원이 많으면 좋겠으나 2명 이상이면 시작할 수 있다. 멸치와 소금이다. 노래 실력이나 음악성도 있으면 좋겠으나, 연습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을 지킬 수 있으면 가능하다.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그 시간에 모여서 노래를 듣고 따라 하고, 되든 안 되든 그 시간을 성가와 함께 보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 맛도 안 날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우러나게 된다.

반주자와 지휘자가 없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원불교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많은 성가들의 음원과 MR 반주가 준비돼 있다. 음원을 반복해서 듣고 조금씩 따라해 보자. 익숙해지면 MR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불러보는 것이다.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성가들은 부르기 좋게 만들어져 있고, 차분하게 자신감 있게 연습한다면 할 수 있다. 두 명 이상의 단원이 멋진 MR 반주에 맞추어 성가를 불러낼 수 있다면, 이미 훌륭한 성가대이다.

마음을 내어주길 부탁드리고 싶다. 용기와 시간을 내어주길 부탁드리고 싶다. 성가대 활동으로 도반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나누어 주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모두가 행복한 보은의 방법일 것이다.

서울교구에서는 교당 성가대 육성을 통한 법회문화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려움이 있다면 해결방법도 있을 것이다. 멸치와 사랑과 정성만으로 자식들의 추위와 허기를 달래주던 어머니의 마음처럼, 따뜻한 마음과 공심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가대가 모든 교당을 따뜻한 행복으로 가득 채워주길 기도해 본다.

1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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