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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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감옥
  • 고희림
  • 승인 2019.12.0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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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밭 천일야화18
정산종사 탄생가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독경소리가 빗방울을 타고 흘러 내렸다.

원불교 정산종사께서 오랜 구도길로 발원했던 선보의 정점!  달마산에는 2016년부터 지금 끝 ‘임시사드’와 ‘미군 군사기지’강행의 일방통행을 문정권은 회피와 불법으로 얼버무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패권을 위한 미군 임대료로 무려 6조!여원을 내어 놓아라니 미국이 우기는 ‘동맹’ 강요! 를 가히 악마의 조종술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겠죠. 이렇듯 미국은 인간의 평화를 말살하는 세균실험, 무기전쟁의 강매자이자 전도사임을 자처하고 있으니, 소성리 어머니들과 평화 지킴이들과 사무여한의 교도들은 오늘도 ‘평화’를 외치지만 사는 것도 아니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불교 성지인, 달마산 아래로 계곡을 따라 주욱 내려오면 가재와 민물새우가 바위밑에서 날뛰기라도 하듯 꽃 길, 나무 길에 벌 나비가 붕붕거린 지도 벌써 3년이 휙 지나갔습니다. 이 길!을 일컬어 나는 ‘평화’의 감옥이라 부릅니다. 우리들 몸뚱이엔 여전히  마을의 ‘평화’를 감옥으로 만든 특히 2017년 4월26일, 9월 7일, 11월21일등의 국가폭력이 뱀자국처럼 독살스러워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그러나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그날 밤 거기서 예원아빠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뒤에서도 앞에서도 옆에서도 김씨가 일어나고 이씨가 일어났습니다. 백씨가 일어나고 강씨가 일어났습니다. 임씨가 일어났습니다. 손씨가 일어났습니다. 여씨가 일어나고 송씨도 일어났습니다. 종교가 일어났습니다. 주민이 몽땅 일어났습니다. 예술이 일어나고 평화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기타가 일어났습니다. 몸 속에서 불기둥같은 말들이 거침없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눈발처럼 깨끗한 말들이었습니다. 꽃밭처럼 평등한 말들이었습니다. 맨 마지막인 듯 처음인 듯한 기도소리였었습니다. 정말 몇 개의 중요한 말들만 공중으로 펄펄펄 날아다녔습니다. 마침내 잔별들처럼 부셔져 부셔져 우리에게로 돌아와 다시 박혔습니다. 꽃밭처럼 다같이 핀 말들이었습니다. 나는 보거나 들을 뿐 그동안 못믿었던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벙어리처럼 장님처럼 오로지 그들의 눈과 말에 내 인생을 거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슬픔이었고 슬퍼서 비참했지만 눈에서 말에서 별이 뜬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몸 속 골을 메웠던 평화라는 우리의 소원이 피의 심장을 헤엄쳐 흰 이빨 사이로 흘러나와 유성우처럼 내리는 봄날이었습니다. 우리에게 단 한 번의 승리의 날도 이렇게 있었습니다.

눈물 빗물 멍진 핏물을 머금고 막아섰던 바로 그 순간만큼의 우리 모두는 모든 폭력을 걷어내고픈 일심의 참 평화군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평화가 바람을 일으키는 오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 진밭교!엔 원불교 천막교당을 뚫는 독경의 종소리!가 허공답보하듯 한 칸 한 칸 1000일을 향하고 있습니다.

말이 1000일이지 따스한 사람들과 진밭을 올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삶은 달걀이나 커피나 빵을 나누면 '평화'는 한순간 목청을 길게 뽑아 둥기둥기 날뛰고, 평화의 허벅지는 얼마나 굵어졌는지 모릅니다. 평화는요, ‘평화’라는 언어의 감옥에서 매일매일 ‘평화의 임금’이란 성가를 들으며 새벽 일찍부터 순록같은 얼굴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기도와 함께 성가를 들으며 보리처럼 쑥쑥 자라고 있는  평화는 바로 우리의 다른 이름입니다.

노래와 춤, 기도와 외침이 천막을 뒤흔드는 두꺼운 바람을 타고 저 달마산 꼭대기까지 생생히 날아갈 때, 수백의 현수막이 빈틈없이 오르막을 펼치는 가운데 이미 가슴 먹먹한 평화의 조짐이 이런거였나 싶게 이제 마을의 운명은 초근목피 생활의 근덕지에 땔감이 한정 없으니 참으로 사드 빼기 좋은 날들이 총총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웃눌리거나 알바치지 않은 어린 평화가 방금 태어난 생쥐를 쥐도 새도 모르게 집어 삼키던 날, 소야 훈씨가 평화의 입을 억지로 벌려 왜 물로 깨끗이 씻어주었겠습니까?

  또 매일 경찰과 싸우던 일상이 지속되던 지친 어느 날엔가는 하루종일 해가 지자, 붉은 해를 품은 평화가, 하여간 금연할매가, 평화가 저 달을 다 베어 묵을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붉은 구름사이로 새 달이 참 희얀하게도 뽀얗게, 매일매일 다시 태어나고 다시 떠올라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이 평화의 감옥을 벗어날 것이라고 믿어버립니다.

 

 

글 / 고희림 시인

♣ 2017년 3월11일에 시작된 소성리 진밭 평화기도가 오는 12월 5일 1000일을 맞는다. 천일의 기도 적공을 통해 축적한 평화의 몸짓과 평화의 바람을 한울안신문 온라인뉴스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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