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김천 대구경북 부산울산 그리고 이웃종교인 동참
[한울안신문=강법진] 2017년 3월 11일 촛불혁명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지도 못하고 두 분의 교무님이 74년 지속된 한반도의 슬픔을 끊어내고자, 차가운 진밭교 맨바닥에 앉아 철야기도를 시작했다. 경찰이 막아선 달마산 구도길 초입에 드리워진 어둠은 기도소리로 걷어 내고, 서리가 내린 3월의 강추위는 소성리 주민들이 덮어준 얇은 비닐과 연대의 힘으로 버텨 냈다.
그날 이후, 성주 소성리 진밭교 위에서 올린 평화기도가 12월 5일 1000일을 맞이했다. 천일 동안 참 많이도 울고 웃고 싸우며 버텨 왔다. 계절이 한 차례, 두 차례 바뀌고 또 바뀔 때마다 우리는 평화의 조각을 하나둘 쌓아갔다. 평화를 가로막는 공권력의 폭력과 무자비에 가슴이 멍들고 울분이 차올라 허공에 소리도 질렀지만 그 많은 날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연대로 이어진 평화의 기도 덕분이었다.
진밭 평화기도 1000일을 하루 앞두고 성주 김천 대구경북 부산울산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참으로 많은 연대자들이 소성리 진밭을 찾아주었다. 그 안에는 종교의 울을 벗어나 이 땅의 평화를 염원하고 손잡아준 종교인들도 있었다. 그들과 함께 올린 기도와 평화 100배, 그리고 천 번의 참회와 천 번의 내려놓음으로 우리는 999일을 지나, 1000일을 맞이했다.
소성리 어르신들은 알고 있었다. 이날의 천일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천일의 평화, 천 개의 조각을 모아 또다시 걸어가야 할 그 길, 평화의 길을 우리는 다시 뚜벅뚜벅 걸어가기로 했다. 투쟁의 힘으로, 기도의 마음으로, 세상의 평화를 이루는 그날까지 우리는 끝까지 함께한다.
"평화는 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