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시대 트렌드로 교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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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시대 트렌드로 교화하라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20.01.08 15:27
  • 호수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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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터뷰 / 이성택 서울교구 교령


[한울안신문=강법진] 경자년 새해를 맞아 전산종법사는 ‘신성으로 공부합시다’라는 신년법문으로 공부의 방향로를 잡아주었다. 이에 본지는 서울교구 교령인 교산 이성택(78) 원로교무를 모시고 ‘신성’과 ‘공부’에 대해 문답했다. 이 교령은 퇴임 후에도 꾸준히 원음방송 경전강의와 교당순방을 이어가면서도, 삼시세끼를 챙기듯 아침 교리공부와 오후 산책·절 수행, 저녁 여래봉 요가선·기도를 빠짐없이 실천해 가는 수도인의 삶을 살고 있다.  
맑은 말차 한 잔 건네며 후진을 반갑게 맞이해 준 그 날은 경자년 새해를 앞둔 2019년의 마지막날이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교화를 시작하실 때, 특히 진실하고 신심 굳은 아홉제자를 골라 회상 창립의 표준제자로 삼았다. 전산종법사께서 올해 신년법문으로 다시 ‘신성’을 강조한 뜻은 창립정신을 살리자는 뜻으로 읽혔다.

“교단의 창립정신을 이소성대, 사무여한, 일심합력, 근검저축이라 하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이를 다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소태산 대종사의 창립정신 첫째는 먼저 아홉 명의 제자를 고르신 것이다. 지도자가 어떠한 일을 시작할 때는 먼저 인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각 분야별 인재를 조직화하여 관리하지 않으면 그 일을 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 교단이 부족한 부분이고 힘써 행해야 할 과제다.”

결국은 사람인데, 종교가에서 특히 신성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종사께서 ‘신(信)은 법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그릇이 크냐 작냐에 따라 그 용량이 달라진다. 어떠한 것이라도 다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이 확실히 서야 한다. 편견과 선입견에 집착돼 있으면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가 흔히 ‘개성이 있다’고 말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개성은 개인의 습성’이다. 보통은 평생 그 습성대로 살아간다. 신은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큰 그릇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버리는 공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신(信)과 성(誠)은 글자 그대로 공부의 요도 ‘팔조’ 중에 진행사조의 시작과 끝이다. 신·분·의·성은 공부의 순서다. 믿음을 내야 분심이 나고 의심이 생겨야 정성이 나온다. 이때의 분심은 나를 깨기 위한 분발심이고, 의심은 내가 가는 길을 점검하고 대조하는 촉진제이다. 그렇게 꾸준히 정성으로 하면 일원의 위력을 얻고, 일원의 진리에 합일하게 된다. 다만 공부인이 경계해야 할 바는, 중근병이다. 초심을 놓는 순간 중근병에 빠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늘 법에 대조하고 스승의 지도에 따라야 한다.” 

공부인에게는 심사·심우가 매우 중요한데 요즘은 서로 간 소통이 많이 단절된 것 같다. 

“소통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소통의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사람에게는 소통의 통로가 늘 열려 있다. 과거처럼 구전심수만이 소통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 교령은 지인들과 매일 SNS로 소통하며 법정을 나누고 신지식을 공유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ABC-인공지능(A), 빅데이터(B), 클라우드(C)-를 잘 알고 활용해야 한다며 미래학자 엘빈토플러의 ‘21세기 문맹인은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운 것을 잊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는 사람’이란 말을 늘 가슴에 품고 산다. 즉, “학습하지 않거나 재학습하지 않는 사람은 21세기 문맹인”이라고 덧붙이며, 공부의 다른 말은 ‘학습’이라고 강조했다. 
 

교산 이성택 교령이 평소 즐겨하는 도자기 수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부(학습)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공부의 목적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공부(工夫)의 원래 한자는 공부(功扶)다. 이를 풀면 열심히 도와서 공을 이룬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생각의 근력을 키워(자력양성), 정보를 다이어트 해야 한다. 이것이 지자본위(智者本位)다. 아무리 좋은 교리라도 시대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며, 그런 뒤에야 앎이 공익으로 발현된다.”

갈수록 교화가 어렵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궁금증이 해결되는 시대다. 종교도 오픈시켜야 한다. 열린 신앙공동체로 나가야 한다. 5차 산업혁명은 ‘마음산업(Mind Industry)’시대가 온다고 한다. 신 중심, 인간 중심의 종교관에서 마음 중심의 세계관으로 바뀐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이를 처처불상이요, 정신개벽이라 밝혔다. 지금 여기! 모든 곳이 교당이요, 교화다.”


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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