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는 충고·조언·평가·판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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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는 충고·조언·평가·판단하지 말자
  • 전정오 교도
  • 승인 2020.01.15 15:46
  • 호수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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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건강과 노년의 삶 문제가 화두로 대두되면, 김형석 교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100세가 되어서도 활발히 강연 활동을 하는 김 교수는 한국의 노인들에게는 롤 모델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김형석 교수도 어렸을 때는 몸이 매우 약했다고 한다. 그의 모친은 “20살까지만 살았으면”하고 기도했다는데, 100살이 되어서도 아주 건강하게 활동하며 살고 있다. 그 비결은 늘 미리 준비하여 시간의 쫓김으로부터 마음 졸이는 일이 없었고, 평생을 조심스러운 자세로 산 덕분이다.

사자성어에 약팽소선(若烹小鮮)이란 말이 있다.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작은 생선을 삶으려면 약한 불에 천천히 조심조심해서 삶아야 할 것이다. 약한 불은 지나치게 나를 내세우지 않는 마음가짐과도 같다. 나를 내세우지 않으며, 매사에 조심조심하는 신중한 자세로 미리 준비해 나가면 큰 스트레스가 없어서 건강한 삶이 된다.

나를 내세우지 않는 자세는 상대를 공경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분당교당에서도 새해부터 상호공경의 예를 다하는 교당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경우 뒷담화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에 대해 나의 주견을 가지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게 되고, 그러한 일로 서로 사이가 나빠지게 된다. 교도 중에서도 그와 같은 일로 마음의 상처를 입고 교당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요즘 <당신이 옳다>라는 심리치유서가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는데, 핵심내용은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만 안 할 수 있어도 공감의 절반은 시작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의 90%가 충조평판이고, 부모가 자녀에게 하는 말의 99%가 그렇다. ‘아이가 게임만 하는데도요?’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충조평판을 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나?’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따라서 허벅지에 십자수를 놓는 심정으로 참아야 한다.”(이명수)

이명수의 말처럼 필자의 경우에도 아이들에게 많은 충고와 조언을 하는데, 아마도 이것은 나는 옳고 너희들은 틀렸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출근시간 보다 1시간 정도는 일찍 가서 공부도 하고 미리 업무 준비를 해야 마음이 편했던 필자와는 달리, 아침 잠 10분 더 자느라 출근시간에 꼭 맞춰 출근하는 딸은 근본적으로 생각이 많이 달랐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해서 출근 좀 일찍 하라고 수도 없이 이야기했지만, 아침잠이 중요했던 딸의 공감을 얻을 수 없었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충고나 조언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좌산상사께서는 “내 잘못은 생각 않고 남 잘못만 생각한다. 남 잘못은 타심통한 사람같이 잘 알면서 내 잘못은 헤아리지도 않는다. 인과가 매해져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세상을 일깨워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내 스스로부터 깨달아 희망이 충만한 운수대통을 이뤄 나가야 한다. 그래야 가정, 사회, 국가가 좋아질 수 있다” 하셨다. 참으로 좋은 말씀이면서, 우리 원불교 교도들에게는 큰 임무를 주셨다. 내 잘못은 생각 않고 남 잘못만 생각하는 것은 일반 사람들이며, 우리 교도들은 이미 그 정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인과가 매해진 세상을 일깨워야 하는 큰 책임을 주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나를 내세우지 않고, 충조평판 하지 않으며, 조심조심하여 늘 미리 준비하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로부터도 크게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새해부터는 모두가 충조평판 하지 않고, 상호공경하는 삶을 통해 화기롭고 법열 충만한 가정과 교당을 만들어 가기를 소망한다.
 

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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