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기다리는 이토록 뭉클한 시간 [엄마 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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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기다리는 이토록 뭉클한 시간 [엄마 마중]
  • 김화이 객원기자
  • 승인 2020.01.15 16:34
  • 호수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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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 1
<엄마 마중>, 글 이태준, 그림 김동성, 보림출판사, 2013

 

어린 시절, 학교에 갔다 집에 왔는데 있어야 할 엄마는 없고 집안 가득 보리차 냄새만 가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만약 지금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주전자 속 보리차의 온기로 미루어 ‘엄마는 집에서 나간 지 얼마 안 됐고 문도 열려 있으니 금방 돌아오시겠네’ 하고 합리적인 추측을 하며 금세 느긋해졌겠지요. 하지만 어린아이의 마음이 어디 그렇게 이성적일 수 있나요. 엄마의 부재란 아무리 적응해보려 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늘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는 초조한 기억으로 남게 됩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을 위로해주는 그림책을 다 큰 어른이 되어서 만났습니다. 일하러 간 엄마를 마중하기 위해 하루 종일 거리에서 서성이는 아이의 간절한 모습을 담은 <엄마 마중>을 소개합니다.

1930년대 종로 거리가 배경인 이 책은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오는 아이의 등장으로 시작됩니다. 혼자 다니기엔 아직 어린아이가 사람들 틈에서 흙장난을 하며 엄마를 기다립니다. 그러다 전차가 오면 “우리 엄마 안 오?” 하고 차장에게 묻습니다. 차장은 아이의 엄마를 알 리 없습니다. 전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많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고, 아이는 새로운 전차가 올 때마다 엄마가 안 오는지 묻습니다. 시간이 지나 날이 저물고 바람은 부는데 ‘아이는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가 새빨개지도록 가만히 서서’ 목이 빠지게 엄마를 기다립니다.

묵묵히 엄마를 기다리는 현실 속 아이의 모습과 곧 엄마를 만날 거라는 희망이 담긴 장면이 교차돼 거듭될수록 아이의 간절함은 어느새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9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엄마라는 사람은 세상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이자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아이는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요?

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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