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듯 원불교에 젖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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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옷 젖듯 원불교에 젖어들다
  • 우형옥 기자
  • 승인 2020.01.15 18:34
  • 호수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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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오산교당 성정덕 교도
오산교당 성정덕 교도
오산교당 성정덕 교도

경산상사께서

'법이라는 건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해야 한다'는 설법을 해주셨는데

그때 '내가 그래도 꾸준히 젖었구나. 앞으로도 젖어가겠구나'하고

깨달았던 것 같아요

핸드드립.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어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이다.

갈아진 커피 원두 위로 물을 붓기 시작하면 필터를 지나 느리게 똑똑 떨어지는 커피 방울이 보인다. 그렇게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인 커피는 진한 커피 향으로 공간을 메우고 입안을 채운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제야 법을 좀 알 것 같다고 말하는 오산교당 성정덕 교도. 그와 함께 마신 핸드드립 커피는 오랜 기간에 거쳐 천천히 법에 젖었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과 닮은 듯하다.

우연자연 가족교화 
원기88년, 그가 입교한 해이다. 친정어머니의 권유로 입교는 했지만, 그는 사실 종교 생활 자체에 흥미가 없었다. 그러나 귀찮다 하면서도 1년에 10번 정도는 교당에 나갔다. 몇 년이 흘러 시부모님과 집을 합치고, 친정어머니의 권유로 받은 가정독경은 원불교를 모르던 시어머니를 교당으로 이끌었다. 의도하지 않게 시어머니의 연원자가 된 그는 시어머니와 함께 교당을 다니게 됐다. 
“희한해요. 누가 교당에 다니라고 계속 등 떠민 게 아닌데, 귀찮고 싫은데도 잊을 만하면 교당에 나갔어요. 법회만 보고 바로 집에 가는 교도였지만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부터는 나름 정기훈련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뭔가 교도로서 공부를 하거나 생활을 충실히 하지 않았고 진급도 관심이 없었고… 가볍게 다녔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나를 과연 교도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 당시 종법사이신 경산상사께서 ‘항상 법이라는 건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해야 한다’는 설법을 해주셨는데 그때 ‘내가 그래도 꾸준히 젖었구나. 앞으로도 젖어가겠구나. 원불교 교도로서 교당을 안 나갈 수 없겠구나!’ 하고 깨달았던 것 같아요.” 서서히 원불교 법 속에 젖고 있었던 건 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원불교를 사이비라 생각하며 싫어했던 그의 시아버지는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기점으로 교당에 나오고 싶어 했다. 종법사 신년하례를 꼭 가고 싶다던 시아버지는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그해 12월 돌아가셨고, 아이러니하게도 시아버지의 안타까운 죽음은 남은 가족들에 일원의 씨앗을 뿌리는 계기가 됐다. 그가 공부를 시작한 때도 그즈음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교당에서 놀고 교당에서 일하는 교당 사람이 됐다.

공부에 맛들여
“예전에는 교당에 가면 설법은 좋은데 제 삶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마음공부를 하다 보니까 실타래가 탁 풀어지듯이 종교 생활과 일상생활이 하나가 됐어요. 그 오랜 시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2~3년 만에 바뀌었죠. 요즘엔 경계가 무엇인지도 느끼고 내가 나와 싸운다는 것이 느껴져요. 예전에는 심고를 모셔도 ‘남편 별 탈 없이 회사 다니게 해주세요. 가족들 건강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가 다였는데, 어느 순간에 나도 모르게 ‘항상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도와주세요. 나와 우를 범하지 않게 해주세요’가 나와요. 신기하죠.” 
심고도 유무념도 잘 몰랐던 그가 최근에는 심고와 유무념, 정기일기에 맛이 들었다. 작년 9월부터 아기 걸음마처럼 한 단계 한 단계 해나가다 보니 3일도 지키기 힘들었던 마음공부 책자가 한 달을 꽉 채웠다.
“심고 1단계로 눈만 떠서 마음속으로 감사합니다만 외치던 게 지금은 2분이 걸려요. 유무념도 심고 한 가지에서 저녁 심고 후 참회문 읽기를 하나 더 추가했어요. 상시응용주의사항도 체크하고 있죠.”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신난다고 말하는 그는 1월 1일부터 교당에서 받은 정기일기장을 채우는 데 여념이 없다. 
“올해의 목표예요. 정기일기도 지금은 서툴지만, 시간이 지나 이 일기장을 다 채웠을 때의 제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짜 교도
정통요가 선생님이었던 그는 교단에서 수탁받아 운영했던 오산남부사회복지회관에도 요가 봉사를 나가고 있다. 작년부터는 교당의 요가 수업을 맡아서 하고 있고 올해는 한 달에 한 번 어린이 법회를 진행하고 돌아가면서 법회 사회도 보기로 했다. 오죽했으면 그의 남편은 그를 보고 원불교에 미쳤다고 농담을 던질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공부 맛을 느낀 그는 꽤 구체적인 답을 내놓는다.
“이번 해는 정기일기 책자를 통해 유무념 공부를 더 깊이 있게 하고 싶습니다. 일단 상반기에는 교당에서 진행하는 마음지도사양성과정에 참여하고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입니다. 시간 닿는 대로 교당 일 도와드리면서 교도 사종의무를 지키는 진짜 교도가 돼야죠.”

똑똑. 십여 년 전부터 천천히 내려앉은 법줄기가 진한 법향을 내며 그를 진짜 교도로 만들고 있었다. 

오산교당 정명하 교무와 성정덕 교도

 


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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