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문화강국으로 한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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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문화강국으로 한걸음 더
  • 이여진 교도
  • 승인 2020.02.10 19:59
  • 호수 11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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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모든 면에 있어서 어떻게 보면 가장 규모도 작고, 뒤쳐지는 상황이지만 불리한 점을 극복하고 발로 뛰어서 마음을 한데 모아 했다는 점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봉준호 감독)  사진제공=뉴스1

기생충! 영화 제목이 주는 비호감 때문에 남들보다 한참이나 늦게 영화를 보았다.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골든그로브상에 연이어 50개가 넘는 트로피를 수상했다고, 영화 흥행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북미상영관의 숫자가 이미 1000관을 넘어섰다고, 더군다나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이라는 기염을 토했다고 언론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그토록 찬사를 보내고 있으니 이제라도 나는 기생충 관람 대열에 합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자박스 접는 것을 업으로 겨우 생계를 연명해가는 네 식구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곱등이와 바퀴벌레가 득실거리는 반지하 셋집에 남의 집 와이파이 신호를 잡으려고 온 식구는 난리를 피운다.

우연한 기회에 아들은 학력증명서를 위조해 박사장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고 이어 딸은 미술심리치료사로, 아버지는 기사로, 어머니는 가정부로, 이들은 가족이라는 신분을 숨긴 채 그 부잣집에 모두 취업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가족의 이런 사기극은 들통이 나고 우발적으로 부잣집 사장을 죽인 아버지는 행방이 묘연해진다. 그리고 얼마 후 아들은 아버지가 그 부잣집 지하실에 숨어 도둑고양이처럼 음식을 훔쳐먹고 기생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말끔한 슈트 차림의 성공한 아들은 평소의 바람대로 그 부잣집 저택을 사서 지하실에서 나온 아버지와 감격스럽게 포옹한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냄새나는 퀴퀴한 반지하방에서 아들이 자신의 희망을 상상한 일장춘몽일 뿐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부와 명예, 사치를 누리며 계급적 우월감으로 무장한 부유층의 오만과 계획이 없으면 실패도 없으니 무계획이 최고라는 주인공의 자조 섞인 대사에서 삶에 찌든 사람들의 애환이 대조적으로 보여진다. 현실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서민들이 그러하듯, 주인공 가족은 부정의한 세상을 바꾸려고 애쓰지 않는다.

어쩌다 주어진 행운에 호호깔깔 행복해하고, 갑질하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오히려 너스레를 떨면서 그날그날을 겨우 버티며 산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그들이 그러하듯 영화에서도 끝내 그들은 어두침침한 지하실에서 나오지 못한다. 

예전의 LP나 CD를 찾는 레트로 복고 열풍에 부응하여,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흑백영화로 만들어 다시 상영할 것이라고 승부수를 띄웠다. 흑백의 명암을 이용하면 반지하 속 삶의 밑바닥을 여실히 드러내고 빈부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영화 전편에 녹아 있는 자본주의의 최대 난제인 빈부격차와 그것이 드러나 있는 우리 사회를 다시금 곱씹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생충은 현실사회에 대한 지나친 각색과 과도한 전개,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정에 대한 비판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도 밝혔듯이, 지금 기생충은 영화(Cinema)라는 하나의 언어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이 ‘1인치 자막의 벽’을 뛰어넘어 소통하고 있다.

몇 년째 이어진 방탄소년단의 K팝에 이어 영화계에서도 대한민국이 선전하다 보니 그 옛날 김구 선생님이 그토록 바랬던 문화 강국으로 발돋음하는 것이 아닌지 한국 국민으로서 뿌듯한 자부심도 가지게 된다.

이제 문화강국의 출발점에서 서서 이러한 호재를 우리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는 초석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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