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두려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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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두려울 때
  • 라도현 교도
  • 승인 2020.03.11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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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의 공즉시색15

무언가 한번도 예기치 못한, 좋지 않은 일을 겪을 때 우리는 용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처음 보는 시험, 처음 느끼는 고통, 처음 겪는 재난 등은 누구나 마음을 움츠리게 합니다. 게다가 그것이 우리의 생명과 관련되어 있다면 그 두려움은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요즘 코로나19 확산으로 온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과 근심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이토록 확산된 원인은 뒤로하고, 어떻게 해야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이 어려움을 넘길 수 있을까요? 우리 교전에는 참으로 긴박한 상황에서 정산종사께서 주셨던 한 가르침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동란(動亂) 중 국민병(國民兵)으로 떠나는 총부 청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어떠한 난경(難境)에 부딪쳤을 때에는 온전한 심경으로 심고를 드린 후, 생각이 즉시 미치는 대로 처사(處事)하며….” <정산종사법어> 응기편 50장

위 법문은 6.25한국전쟁 중에 전쟁터로 나가는 청년들에게 정산종사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당시 말로는 다할 수 없는 두려움 속에 있었을 젊은이들에게 해주셨던 이 법문은, 평범한 말씀이 아니라 참으로 깊은 뜻이 담겨있습니다.

정산종사께서는 우선 ‘난경에 처하면 온전한 심경으로 심고를 올리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 일심(一心)의 상태가 되도록 하게 한 것입니다.

우리는 큰일이 닥쳐서 마음이 몹시 불안하면 자신의 육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별안간 화재가 나거나 큰 사고가 터졌을 때 허둥지둥하는 것은, 갑작스런 경계에 마음이 온통 빨려들어가서 판단력을 잃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기에서는 될수록 많은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위기 때는 누구나 마음이 불안해져서 평소보다 훨씬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의 뇌는 생각을 많이 할수록 감정이 앞서게 되어, 평소 텅 빈 마음이면 나타나는 성품의 지혜가 스스로 막혀버립니다.

그러므로 위기에 처하여 참 지혜를 얻으려면 생각을 많이 할 게 아니라, 도리어 생각이 모두 비워져야만 합니다. ‘온전한 심경으로 심고를 드리라’는 것은 본래가 법신불이요, 일원상인 나의 텅 빈 본성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회복한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정산종사님은 청년들에게 ‘심고를 드린 후 생각이 즉시 미치는 대로 처사하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생각이 즉시 미치는 대로’라는 것은 일심[惺惺寂寂]에서 솟아나는 공적영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온전한 마음으로 올린 심고 뒤에 즉각 나타나는 ‘한 생각’은 탐욕이나 이기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성에서 발하는 지혜입니다. 정산종사께서는 이처럼 불안과 공포를 벗어나서 각자의 공적영지를 나투어 쓰는 법을 일러주셨습니다.

코로나19로 두려움 속에 있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도, 각자 성성적적한 마음[일심]으로 공적영지를 쓰는 것입니다. 이 성성적적한 마음은 훗날 우리가 죽음을 맞는 최후의 순간에 그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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