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설교_봄이 오면2] 두려움과 절망으로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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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설교_봄이 오면2] 두려움과 절망으로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 한덕천 발행인
  • 승인 2020.03.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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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한덕천 서울교구장, 코로나19 대응 교화현장에 보내는 법문

 

미래는 꿈꾸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에 믿음을 가지십시오.
미래는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에 의해 열린다는 것을 믿으십시오.
나의 미래도, 우리의 미래도, 교당의 미래도 희망을 노래하는
꿈 꾸는 사람에 의해서 여진이 있고 진보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원불교인들이 할 역할은
이 사회에 꿈을 전파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에게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두려움과 절망으로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나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고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희망의 주인공이 됩시다.
그래서 모두 봄의 생기를 얻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이산 한덕천 서울교구장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가족과 함께 방송설교를 들으며 일요법회 휴회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영상으로 법문을 전했다. 

주제 : 봄이 오면 2  "꿈"

반갑습니다. 지난 일주일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교당에서 법회를 보지 못하고 이렇게 계속해서 영상으로 법회를 보는 것이 안타깝고 걱정입니다. 다만 다행인 것은 대구·경북은 확진자가 줄고 있어 위안이 됩니다. 지금까지 정부와 민간단체 그리고 모든 국민이 서로 협조하면서 모든 고통을 감내해준 공덕입니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매일 뉴스의 화제가 되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 ‘마스크 양보운동’을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약자, 의료진, 방역요원, 자원봉사자 등에게 마스크가 먼저 돌아갈 수 있도록 건강한 사람이나 마스크 여분이 있는 사람은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사지 말자는 캠페인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힘이 됐던 배려와 양보의 ‘공동체 정신’이 발현되고 있는데, 이것이 시민의 힘입니다. 지금 봉공회 빨간밥차는 대구 현장에서 수고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을 제공하고 있으니 참 고맙기만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를 자각하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모습입니다.

“진심은 감동을 만들고 감동은 기적을 만든다”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사태를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선포하고, 수도권은 오히려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서 더욱 긴장하게 합니다. 일단 3월 15일과 22일 법회는 휴회하기로 원불교 대책본부에서 결정했으며, 29일 법회는 상황을 봐서 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지난주에 봄의 계절은 자세히, 오래 보아야 참으로 봄을 볼 수 있고, 또한 신성과 교법의 눈으로 자세히, 오래 보아야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알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봄에는 복 짓기에, 마음공부에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것이 봄의 생기를 얻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봄이 오면 두 번째 연속설교로 함께 하고자 합니다.

조병화 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의 두 번째 단락입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 봄은 피어나는 가슴 /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학창시절에 이 봄에 자주 불렀던 ‘봄 밤’은 “진달래 개나리도 예쁜 꿈을 꾼다지, 모두 다 봄 밤에는 예쁜 꿈을 꾼다지, 그래서 온 세상이 아름답게 되나 봐”라고 했습니다. 세상의 만물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꿈을 꾸면서 눈을 뜨듯이, 봄은 꿈의 계절, 희망의 계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봄에는 꿈을 꾸고 계획을 세워 그것을 구현할 준비를 합니다.

대종사님께서 “불보살들은 모든 중생에게 큰 희망을 열어주실 원력(願力)을 세우시고, 세세 생생 끊임없이 노력하시나니라.(<대종경> 요훈품 12장)”라고 하셨듯이 모든 종교의 교조들은 인류에게 희망을 주고자 교문을 여셨습니다. 각 종교가 문을 연 것은 한마디로 말한다면 ‘인류에게 구원의 희망’을 주기 위함이라고 말하면 될 것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많은 종교의 중요한 경절이 봄에 있습니다. 봄의 계절에 있는 부처님오신날, 부활절, 대각개교절은 모두 희망을 말하고 있습니다. 봄이 계절의 시작과 소생을 상징하듯이 종교는 희망의 씨앗을 봄에 뿌렸습니다.

생각해보면 전염병이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천연두, 흑사병이 대표적인 세계사적 전염병이지만 근자에 등장했던 홍콩 독감이나 신종플루에 이어 ‘코로나19’ 등도 전 세계 인류를 공포로 휩싸이게 하였습니다.

요즘 알베르 까뮈의 장편 <페스트>와 영화 ‘감기’가 떠오르는데,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늘 전염병으로부터 긴장해야 하고 늘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까뮈의 장편 '페스트'는 유럽을 강타했던 무서운 전염병 페스트와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프랑스령이었던 알제리 오랑시에 의사 ‘리외’가 죽은 쥐 한 마리를 발견하고 놀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됩니다. 급기야 오랑시 곳곳에서 시민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갑니다. 페스트는 오랑시에 창궐하여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용기 있는 사람들의 적극적 대처로 페스트를 극복하고, 희망과 아쉬움을 남기며 끝을 맺습니다. 소설은 전염병을 극복하는 데 절대적 역할을 한 네 사람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서 절망과 고통에 항거하는 인간들의 용기와 의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를 공포와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 상황도 결국은 우리의 꿈 즉 희망으로 지혜와 합력을 합할 때 극복할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누구를 탓하는 비난과 분노와 혐오의 언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국가적 대란의 시기에 수많은 시민이 자기희생과 헌신, 인내, 봉사로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는 와중에도 인터넷에는 객관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불특정 다수에게 비난과 분노를 전파하는 글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로는 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그 후유증은 예상보다 큰 피해로 돌아올 것입니다.

지금은 누구를 탓하는 것보다는 서로 합력하고 함께 이겨나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영화 ‘두 교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진짜 위험은 늘 내부에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위기 극복엔 너와 내가 따로일 수 없습니다.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분노를 넘어 신뢰로, 혐오를 넘어 연대로 나아가야 또다시 닥칠 바이러스의 공습에 우리 사회가 쓰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조언을 우리는 경청했으면 합니다. 특히 우리 원불교인들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를 자각하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회의 주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봄은 꿈꾸는 사람에게 더 은혜롭게 합니다. 봄은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을 꿉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언어가 있습니다. 저도 즐겨 사용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희망’입니다. 그 단어만 떠올려도 대종사님의 자비심이 느껴지고, 어떤 역경에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미래는 꿈꾸는 사람의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며 살아갑니다. 저는 원불교를 통해 제 희망을 찾았습니다. 삶에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 원불교가 저에게 손을 내밀었고, 교역 생활의 고비마다 나침판이 되었습니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육신은 살아 있으나 마음은 죽은 사람이니, 살·도·음(殺盜淫)을 행한 악인이라도 마음만 한번 돌리면 불보살이 될 수도 있지마는,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그 마음이 살아나기 전에는 어찌할 능력이 없나니라.(<대종경> 요훈품 12장)”고 하셨듯이 세상은 꿈꾸는,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에 의해 위기를 극복하고 전화위복의 새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지만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정진홍 씨가 소개한 내용입니다. 경기도 가평군 두밀리 자연학교 교장이었던 故 채규철 선생의 별명은 ‘ET 할아버지’였다. 영화 ‘ET’와는 상관없이 ‘이미 타버린’ 할아버지란 의미였다. 40여 년 전, 채 선생은 덴마크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당시 부산 복음병원장이었던 장기려 박사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설립했던 선구자입니다. 의료보험조합 일과 더불어 각종 봉사활동과 농촌계몽운동에 앞장섰던 당시 서른한 살의 채 선생은, 어느 날 그가 탄 차가 그만 산비탈에서 언덕 아래로 굴렀다. 공교롭게도 어느 고아원을 칠해 주려고 차 안에 실어 놓았던 페인트와 시너 두 통이 쏟아지면서 채 선생의 몸을 적셨다. 차는 ‘펑’ 소리를 내며 폭발했고 그 불길이 시너를 뒤집어쓴 채 선생을 덮쳤다.

3도 화상으로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이 기적이었다. 그 후 수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겼고 30여 차례나 성형수술을 해야 했다. 결국,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귀를 잃고 한 눈은 멀고 손은 갈고리처럼 됐다. 물론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살고 싶지 않았다. 한마디로 깊은 수렁이었다. 하지만 채 선생은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그 깊은 수렁 속에서 희망을 부여잡았고 끝내 죽음의 미몽을 떨치고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청십자 의료보험조합 일을 시작했고 1975년에는 ‘사랑의 장기기증본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86년에는 경기도 가평에 자기 돈을 몽땅 털어 대안학교 ‘두밀리 자연학교’를 세웠다.

생전에 채 선생은 ‘이미 타버린’ 몸을 이끌고 전국 곳곳을 누비며 강연을 했다. 하지만 입의 말보다 전신화상을 입고 죽다 살아난 몸의 말이 던지는 울림이 더 컸다. 그는 ‘이미 타버린’ 그 몸에서 뿜어나오는 진한 열정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수렁을 헤쳐 나올 깊은 긍정의 힘을 확인시켰고 희망의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고 꽃샘추위 속에서도 봄의 생명력이 움터올 수 있는 것도 실은 깊은 긍정의 힘, 희망의 힘이다. 봄은 남쪽에서부터 오는 것이기보다 긍정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 마음에 먼저 온다. 온통 부정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서 불평과 불만이 넘치는 사람에겐 새순 돋고 꽃피는 봄이 와도 결코 봄이 아니다. 그러니 봄은 단지 계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부터 온다. 부정하는 마음은 여전히 한겨울이지만, 긍정하는 마음은 희망의 마음은 이미 봄이다. (중앙일보, 정진홍)

대종사님은 암울한 시대에서 민중에게 희망을 외쳤고, 실지 희망을 만들어내셨습니다. 물질의 노예화되어 가는 파란 고해의 일체 생명을 광대 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겠다는 대자대비로 생령에게 희망을 열어주셨습니다. 일제의 암울한 시기에 이 나라가 어변성룡(魚變成龍) 즉 물고기가 변해서 용이 된다고 하셨고, 세계의 정신적 지도국이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정산종사께서는 6.25한국전쟁 때 총부를 북한군에게 접수당하고 대각전 골방으로 쫓겨나셨습니다. 그 암울한 시기에도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희망을 잃지 말라. 영원한 세상을 통해 볼 때에 당장에는 아무리 난경에 처해 있다 할지라도 자포자기하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는 이는 여진이 있고 진보가 있으리라.”(<정산종사법어> 국운편 29장)고 하셨습니다.

미래는 꿈꾸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에 믿음을 가지십시오. 미래는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에 의해 열린다는 것을 믿으십시오. 나의 미래도, 우리의 미래도, 교당의 미래도 희망을 노래하는 꿈 꾸는 사람에 의해서 여진이 있고 진보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원불교인들이 할 역할은 이 사회에 꿈을 전파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에게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두려움과 절망으로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나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고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희망의 주인공이 됩시다. 그래서 모두 봄의 생기를 얻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이 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산 경전의 메시지는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을 지녀라. 희망을 지녀라.”입니다.

합장하시고 기도하시겠습니다.

 

거룩하옵신 법신불 사은이시여!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감에 감사하나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있습니다.

나라와 나라 간에 장벽이 생기고, 가게들은 문을 닫고, 학교도 문을 닫아 여기저기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나이다. 때로는 비난하고 원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하나임을 자각한 고마운 사람들이 희생과 봉사로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진심은 감동을 만들고, 감동은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를 자각한 사람들이 있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영명하옵신 법신불 사은이시여!

봄은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고 있나이다. 그 생기를 얻도록 꿈을 지닌 희망의 주인공이 되게 하옵소서. 대종사께서 “불보살들은 모든 중생에게 큰 희망을 열어주실 원력(願力)을 세우시고, 세세 생생 끊임없이 노력하시나니라.”고 하셨듯이 주세불이신 대종사님의 대자대비가 저희를 통해 나투어지게 하옵소서.

저희가 세상의 희망이 되고, 세상에 희망을 전파하는 사람이 되어 고통의 이 세상에 생기를 불어넣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사람들의 얼굴에도 대한민국의 얼굴에도 생기가 돋고 웃음이 찾아오기를 일심으로 비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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