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와 함께한 가정법회,  이보다 더 큰 은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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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와 함께한 가정법회,  이보다 더 큰 은혜는 없다
  • 조진우 교도
  • 승인 2020.04.29 09:55
  • 호수 11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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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 화곡교당 조진우 교도

 

“할머니 배고파요.”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8시가 돌아오나 봅니다. 먼나라 일인 것만 같던 코로나19 공포가 현실이 되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은 물론 교당 출입과 화곡 교도님들과의 만남도 어렵게 된 지가 얼마나 됐는지 이제는 날짜를 세기도 어렵습니다.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인해 법회는 가족중심으로 각 가정에서 법회를 보게 되었습니다. 몇 주가 지나자 손자 손녀는 교당에 가고 싶다고 성화였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교구에서 원불교 어린이 퀴즈여행을 일주일 동안 진행해 주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우리 손자는 신이났습니다. 하나하나 찾아줘야 하는 제 어미는 또 귀찮은 일이 추가 되었다며 싫은 티를 내더라고요. 

드디어 오늘의 문제가 발표 되었습니다. 빈칸 채우기네요. 2번, 원불교 열린 날은 □월 □□일은?

“할머니 저 이거 알아요.” 

짐짓 너스레를 떨며 뛰어갔다온 손자의 손에 들려 있던건, 세상에!! 언젠가 대각개교일에 선물로 나눠 줬던 장바구니였습니다. 

“이거잖아요, 4월 28일!” 

그랬네요. 장바구니에 대각 개교일 날짜가 예쁘게 박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네요. 신이나 한 문제 해결한 손자는 득의양양하고요. 회사일에 바쁘다고 차일피일 미루던 딸은 멋쩍은지 피식 웃으며 그래 엄마랑 정리해보자 하고 손자랑 교전을 펴네요. 

사실 그동안은 이 일 저 일 미루며 교당을 잘 데려가지 않았는데 그래서 당연히 교리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실생활 속에서 조금씩 익히고 있었던 겁니다.  

TV를 틀어 놓고 법회를 보며 흘깃흘깃 살펴본 손자들 합장 모습이 제법 야무지기도 하고, 예뻐 보였습니다. 교당에 가면 저는 일반 법회를 보고 손자들은 어린이법회로 이별 아닌 이별을 하는지라 이렇게 교법을 익혀가는지 몰랐던 것이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 일주일이 아쉬웠는지 손자는 퀴즈 또 해도 되는데라며 재미를 붙혀 교전을 뒤적이기도 했습니다. 보고 싶은 교무님에게 편지나 그림 또는 동영상을 보내라는 문자를 받고 손자 둘은 그림과 글로 “교감님, 교무님 건강하세요”라고 멋지게 편지도 완성했습니다. 

코로나19로 법회도 휴회하고 모든 행사가 취소될 때는 불안했던 마음이 한 날 두 날 생활하면서 일요일마다 가정법회도 보고, 점차 안정도 되찾게 되니 장소가 어디든 내 마음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일원상 앞에서 사배와 서원을 올리는 손주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이보다 더 큰 은혜는 없을 것입니다.

법회가 이뤄지지 않는 동안 교당에서는 <한울안신문>과 정성스런 선물 그리고 교감님, 교무님의 손편지를 받으며 울컥하는 그리움으로 교당법회가 빨리오기를 기도했습니다. 

저는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사은의 진리에 알리는 기회가 되었고,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믿게 됐습니다. 비록 원치않던 가정법회를 보고 있지만 나의 자리는 법신불 사은님이 계시는 그곳 원불교임을 다시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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