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은 오직 길 감(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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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은 오직 길 감(道)
  • 전철후
  • 승인 2020.05.20 21:04
  • 호수 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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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인문4

한국사회는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고자 했던 1894년 동학혁명, 1919년 3.1운동,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민주화운동 등의 비폭력 저항의 오랜 역사를 지내왔다. 1919년 일제 식민통치에 대한 독립 만세 운동, 1960년 독재정권의 하야를 불러온 4월 혁명, 1979년 유신체제의 붕괴로 이어진 부산과 마산의 시민항쟁, 1987년 민주화의 열망을 이끌어 낸 6월 항쟁, 그리고 국내의 사회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문화제의 한 형태로 촛불을 들었던 촛불혁명 등은 공동체의 내재적 선(善)을 실현해 가며 민중중심의 새로운 문명사회를 만들어갔다.

비폭력(非暴力, Non-violence)의 어원은 불살생(不殺生, ahimsa)이다.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전통적인 제사에 반대하여 생명의 희생 없이 해탈을 추구하는 인도의 종교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인도의 독립운동을 했던 간디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의 『시민의 불복종』 등의 영향을 받아 부당한 정치권력에 대한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면서 ‘불살생’은 ‘비폭력’이라는 사회적 의미로 확장됐다. 간디의 비폭력은 깊은 종교적 영성과 도덕의식에서 나오는 정신력으로 상대방을 폭력으로 패배시키는 대신에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있으며, 스스로 고통이나 고난의 희생을 통해서 상대의 마음 안에 있는 인간적 감정과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 이러한 비폭력의 목적은 평화적 수단으로서의 오직 ‘길 감’이다. 비폭력의 ‘길 감’은 인간 내면의 영성에 따르는 삶이며,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공동체의 삶과 연관되며, 타인을 위한 희생과 사랑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길 감’을 도(道)라 말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일제 강점기 시절에 경찰 당국의 지령을 받아 교단을 감시하던 형사 한 사람을 챙기고 사랑하기를 다른 제자나 다름없이 대하면서 그 사람을 감화시켜 황이천(黃二天)이라는 법명으로 어려운 시기에 해방과 독립의 용기를 줬다. 이에 대산종사는 ‘소태산 대종사께서 황이천 선생을 통해 일원의 원만한 진리를 비폭력 정신으로 보여주신 것’이라 했다. 비폭력은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다는 불살생의 소극적 의미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적극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이처럼 평화는 목적뿐만 아니라 수단으로서의 평화도 중요하다. 근대 평화학에서 요한칼퉁의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의 책 제목처럼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라’는 말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헌장 전문에서도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라며 평화는 인간의 마음에서부터 비롯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수많은 무고한 희생을 수반한 아래로부터의 비폭력 저항들이 없었다면 한국사회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정신, 정의와 법적 중립성의 원칙 등을 현재와 같이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숭고한 희생과 정신을 기리며 마음속에 기억하고 간직하는 일이 지금을 살아가는 민중들이 비폭력 정신으로 평화감성의 공공의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평화인문
전철후
성공회대 사회학 박사과정

 

5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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