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기재
수련원에 외부 단체가 2박 3일 숙식하는 관계로 식사 메뉴를 짜고 온라인 배송 푸드업체에 식자재를 주문했다. 당일 점심 주메뉴가 카레와 납작 만두이기에 오전에 식자재를 살펴보던 주방 어머니가 만두가 잘못 온 것 같다고 했다. 확인해 보니 만두가 예전의 것과는 달리 만두 속은 비었고 겉피만 있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샀던 만두는 속이 차고 매우 두툼한 것이었는데 속이 텅 빈 만두라니….
놀라서 보니 겉봉투에 있는 사진과 실제 만두가 많이 달랐다. 이렇게 소비자를 속여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반품을 하고 유통업체에 이 문제를 따져야겠다고 생각하며 원장님께 상황을 알리니 어찌 그렇게 하여 물건을 팔 수 있느냐며 개봉한 것까지 다 반품하라고 하며 상황이 급하니 마트에서 다른 만두를 급히 사 오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나는 가운데 마침 얼마 전 다른 유통업체에서 좋은 조건으로 식자재를 주문해 줄 것을 요청 받은 상태라 이번 일로 유통업체를 바꾸어 보고 싶은 마음도 일어났다.
잠시 후 원장님이 식당에 내려와 제품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우리가 주문한 만두는 대구 전통식 만두로 완두콩 몇 알만 들어 있는 피만두라고 기재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 대구에 갔을 때 그런 만두를 접한 기억이 어슴푸레 떠올랐다.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물건을 잘못 산 것 같다는 말씀에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솔성요론에 ‘무슨 일이든지 잘못된 일이 있고 보면 남을 원망하지 말고 자신을 살필 것이요’라는 법문을 되새기며 일의 사태를 꼼꼼히 살피지 않고 비용이 더 지출될 것과 바로 점심 준비로 급하게 사야 하는 상황에 제품이 잘못된 것만을 원망했던 마음을 돌아보게 됐다. 속 찬 만두도 만두고 겉피만 있는 만두도 만두인데 내가 사서 먹었던 익숙한 만두만 생각하고 나를 속이고 소비자를 속였다고 생각했다. 유통업체 관계자에게 그것을 따졌다면 얼마나 미안한 일이 되었을까 생각하니 이 경계로 많은 공부가 됐다.
문답감정
나도 만두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만두 회사와 유통업체를 비난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다시 제품 설명서를 자세히 살펴보니 대구식 전통 만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 우리는 이러한 시비이해를 수없이 겪게 됩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는 싼값에 마음이 끌려 자세히 살피는 마음을 놓치고, 식당 어머니가 왜 이런 만두를 구입했냐고 불평하는 말, 바로 시장에 가서 다른 만두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 비용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 일을 잘 못했다는 자책감 등으로 요란함과 원망심을 내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온전한 마음을 세워 물건을 자세히 살피니 우리의 잘못이 드러나 모든 원망이 봄눈 녹듯 녹아나고 화난 마음으로 유통업체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니, 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만두 속이 없음으로 인해 온전함을 잃은 요란한 상태에서의 시비는 사실에 벗어나 스스로 속아 혹 원망으로 죄업을 지을 수도 있음을 마음 깊이 새기는 소중한 공부가 되었습니다.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