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없는 만두에 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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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없는 만두에 속다
  • 김관진 교무
  • 승인 2020.07.01 02:47
  • 호수 11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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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문답감정9

일기기재

수련원에 외부 단체가 2박 3일 숙식하는 관계로 식사 메뉴를 짜고 온라인 배송 푸드업체에 식자재를 주문했다. 당일 점심 주메뉴가 카레와 납작 만두이기에 오전에 식자재를 살펴보던 주방 어머니가 만두가 잘못 온 것 같다고 했다. 확인해 보니 만두가 예전의 것과는 달리 만두 속은 비었고 겉피만 있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샀던 만두는 속이 차고 매우 두툼한 것이었는데 속이 텅 빈 만두라니….

놀라서 보니 겉봉투에 있는 사진과 실제 만두가 많이 달랐다. 이렇게 소비자를 속여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반품을 하고 유통업체에 이 문제를 따져야겠다고 생각하며 원장님께 상황을 알리니 어찌 그렇게 하여 물건을 팔 수 있느냐며 개봉한 것까지 다 반품하라고 하며 상황이 급하니 마트에서 다른 만두를 급히 사 오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나는 가운데 마침 얼마 전 다른 유통업체에서 좋은 조건으로 식자재를 주문해 줄 것을 요청 받은 상태라 이번 일로 유통업체를 바꾸어 보고 싶은 마음도 일어났다.

잠시 후 원장님이 식당에 내려와 제품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우리가 주문한 만두는 대구 전통식 만두로 완두콩 몇 알만 들어 있는 피만두라고 기재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 대구에 갔을 때 그런 만두를 접한 기억이 어슴푸레 떠올랐다.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물건을 잘못 산 것 같다는 말씀에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솔성요론에 ‘무슨 일이든지 잘못된 일이 있고 보면 남을 원망하지 말고 자신을 살필 것이요’라는 법문을 되새기며 일의 사태를 꼼꼼히 살피지 않고 비용이 더 지출될 것과 바로 점심 준비로 급하게 사야 하는 상황에 제품이 잘못된 것만을 원망했던 마음을 돌아보게 됐다. 속 찬 만두도 만두고 겉피만 있는 만두도 만두인데 내가 사서 먹었던 익숙한 만두만 생각하고 나를 속이고 소비자를 속였다고 생각했다. 유통업체 관계자에게 그것을 따졌다면 얼마나 미안한 일이 되었을까 생각하니 이 경계로 많은 공부가 됐다.

문답감정

나도 만두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만두 회사와 유통업체를 비난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다시 제품 설명서를 자세히 살펴보니 대구식 전통 만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 우리는 이러한 시비이해를 수없이 겪게 됩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는 싼값에 마음이 끌려 자세히 살피는 마음을 놓치고, 식당 어머니가 왜 이런 만두를 구입했냐고 불평하는 말, 바로 시장에 가서 다른 만두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 비용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 일을 잘 못했다는 자책감 등으로 요란함과 원망심을 내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온전한 마음을 세워 물건을 자세히 살피니 우리의 잘못이 드러나 모든 원망이 봄눈 녹듯 녹아나고 화난 마음으로 유통업체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니, 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만두 속이 없음으로 인해 온전함을 잃은 요란한 상태에서의 시비는 사실에 벗어나 스스로 속아 혹 원망으로 죄업을 지을 수도 있음을 마음 깊이 새기는 소중한 공부가 되었습니다.

마음공부 문답감정
김관진 교무
봉도청소년수련원 원장

 

7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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