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천지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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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천지보은
  • 우형옥 기자
  • 승인 2020.08.11 10:51
  • 호수 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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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코로나19가 채 가기도 전에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체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은 집중호우와 불볕더위를 오가며 예측할 수 없는 날씨를 보인다. 참으로 이상하고 무섭다. 기상청은 지구 온난화에 의한 이상기후가 빈번히 발생해 날씨 예측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원불교는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사은(四恩)을 밝히고 있고, 그중 첫 번째로 언급되는 은혜가 바로 천지은(天地恩)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정전> 천지은에서 “우리가 천지에서 입은 은혜를 가장 쉽게 알고자 할진대 먼저 마땅한 천지가 없어도 이 존재를 보전하여 살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볼 것이니… 천지 없어서는 살지 못할 것을 다 인증할 것이다. 없어서는 살지 못할 것을 관계가 있다면 그 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요”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7월 원불교기후행동이 선포되면서 ‘연고 없이 사육을 먹지 않겠다’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전기제품을 덜 쓰겠다’ ‘나이만큼 나무를 심겠다’ 등 교도들의 다양한 천지보은 실천행동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교도가 기후위기를 공부하고 실천하는 것을 ‘선택’의 문제로 보고 있다.

<실존적인 기후 관련 안보 위기, 호주 국립 기후 복원센터 정책보고서 2019>에 따르면 2050년 인류는 최대 50%의 생물이 멸종 위기를 겪고, 기근으로 인한 사망, 기후 난민 10억 명을 예상한다. 천지 배은의 결과는 곧 천벌이라는 소태산 대종사의 말처럼, 만약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 배은의 결과는 상상할 수가 없다.

최근 눈길을 끈 뉴스가 있었다. 지난 8일, 홍수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축사를 탈출한 구례의 소 떼가 해발 531m의 사성암을 찾았다. 주인도 없는 소들이 향한 곳이 절이라는 사실에 누리꾼들은 신기하다며 ‘소들이 안전한 부처님 품을 찾았다’고 말한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소들이 지금의 원불교를 찾아왔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품을 내어줄 수 있을까?

 

8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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