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은 적어도 ‘야합 아닌 단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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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당은 적어도 ‘야합 아닌 단합’으로
  • 전정오 교도
  • 승인 2020.09.15 11:53
  • 호수 11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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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한울안칼럼전정오분당교당 교도회장건국대 겸임교수
한울안칼럼
전정오
분당교당 교도회장
건국대 겸임교수

모임이라는 단어를 보면 필자에게는 ‘하나회’가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하나회는 1963년에 육사 11기생들의 주도로 비밀리에 결성한 사조직이다. 하나회 회원들은 진급과 보직에서 큰 특혜를 누렸으며, 12.12 군사반란 등을 주도하여 정권까지 창출한 어마어마한 사조직이다.

하나회와 이름은 비슷하나 기능이 완전히 다른 ‘더불어 하나회’가 있다. 더불어 하나회는 백혈병 및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어린이 환자들이 사회적 관심과 배려로 조속히 완치되어, 국가 사회의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산업체 근로자들을 주축으로 조직된 것이다. 이 두 조직의 이름은 유사하나 그 목적과 기능이 매우 상이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모임은 결성 목적에서 큰 차이가 있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야합모임은 이익을 좇아 편 가르기를 한다. 그러나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단합모임은 비전으로 협력한다. 송나라의 명신 구양수는 ‘붕당론(朋黨論)’에서 군자의 붕당은 소인의 파벌과 다르다고 구분했다. 둘 다 집단을 이루되 진실된 붕당은 유익하지만 유사 붕당, 즉 파벌은 백해무익하다고 했다. 소속 집단의 이익과 조직의 목표가 충돌할 때 파벌은 자신들 이익을 따르나, 붕당은 조직의 목표를 우선시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모임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학교 동창회는 기본이고, 입사 동기 모임, 각종 취미 모임뿐만 아니라 해외 단체 여행만 다녀와도 모임을 만들고, 조금의 인연만 있으면 모임 만들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러한 모임들이 각종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국내 S은행에서는 학교 동창회 등 각종 모임을 못하게 했다. 자칫 승진 인사나 주요 보직 임명 시 사적인 인연에 의해 원칙과 공정성이 훼손되기도 하고,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이 직원 화합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교당에도 각종 모임이 있다. 바둑, 운동 등 친목모임도 있고, 공부방, 선방 등 공부하는 모임도 있다. 필자는 모임에서 사람들이 대화할 때, 제발 다른 사람을 험담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자연스레 말이 많아지고 그러한 가운데 타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좋은 이야기보다는 좋지 않은 이야기를 안주 삼아 떠드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그런데 그냥 서로들 무심코 했던 이야기를 누군가는 당사자에게 꼭 전해준다. 그러한 이야기를 제3자를 통해 전해 듣게 되면 당사자는 마음 상처를 크게 입게 된다. 그래서 대종사께서는 삼십계문에 ‘말’에 대한 조항을 많이 넣으셨다. 특히 보통급에서는 악한 말을 말라고 했고, 특신급에서는 다른 사람의 과실을 말하지 말라고 했으며, 법마상전급에서는 망녕된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필자는 원불교 모임에서만큼은 상생하는 이야기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파란고해에서 벗어나 낙원생활을 하기 위해 법 도량에 왔는데, 이곳에서마저 사람 간의 갈등으로 힘들게 하면, 있던 신심도 사라지게 된다. 사람 간의 갈등은 대부분 말에서 비롯된다. <대종경> 인과품 10장을 보면, “한 제자 어떤 사람에게 봉변을 당하고 분을 이기지 못하거늘,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네가 갚을 차례에 참아 버리라. 그러하면 그 업이 쉬어지려니와 네가 지금 갚고 보면 저 사람이 다시 갚을 것이요, 이와 같이 서로 갚기를 쉬지 아니하면 그 상극의 업이 끊일 날이 없으리라”라고 했다. 이 법문은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참아야 함을 강조했지만, 행하는 사람도 악업을 짓지 않기 위해서 매우 조심해야 한다. 적어도 교당에서만큼은 서로가 참고 조심하면서 상생의 작용으로써 야합모임이 아닌 단합모임으로 만들어 갈 때, 교화도 절로 될 것이다.

 

9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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